중2병과 초6병 사이에서 엄마는 자란다.

사춘기 아이들과의 여행, 그 불편한 진실

by 파랑몽상

"엄마, 왜 꼭 가야 해?"

사춘기 아이들과 떠나는 여행.
부모들은 아이에게 더 많은 경험을,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간절함으로 자녀의 손을 잡아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여행은 대부분 예상치 못한 악몽으로 끝나곤 한다.


"결혼? 이미 질려서 안 하고 싶어!"

영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둘째 언니는 쉰이 넘었지만 아직 미혼이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큰언니랑 네 결혼 생활 보는 것만으로도 질린다. 결혼은 혼자만의 노력으론 안 돼.
참을성 없는 내가 결혼하는 건 사치야."

매년 언니의 친구들이 가족 단위로 영국을 찾는다.

그때마다 언니는 한숨을 쉬며 이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왜 한국 엄마들은 여행 오기 싫다는 사춘기 아이들을 억지로 데리고 다니는 거야?"


천만 원짜리 핸드폰 여행

"초등학교 6학년, 중학생들은 여기 와도 풍경을 안 봐.
그냥 핸드폰만 뚫어져라 보고, 고개 푹 숙이고 땅만 보며 다녀."

언니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도대체 무슨 경험을 시키겠다는 거야? 1인당 돈 천만 원 써가며 영국, 프랑스 오면 뭐 해.
차라리 한국에서 시원한 방에 앉아 핸드폰 하는 게 낫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언니가 말을 이어갔다.

"결국 부모가 문제야. 아이들은 오고 싶지도 않은데, 무리하게 끌고 와서 영어 한 마디라도 시키려고 하는..."

그 순간, 화가 났다.

"언니! 부모가 문제가 아니야. 부모는 그렇게라도 해서 뭔가 배웠으면 하는 거야.
그게 부모 마음이라고. 애를 낳아보지 못한 언니가 이해 못 하는... 부모의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사랑이라고도 부르는 그런 거지."


대부도 둘레길의 참담한 현실

나 역시 평범한 부모다.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자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만국 공통의 진리이지 않을까 싶다.

지난주, 대부도 둘레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주말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렀다.

중2 딸: "더운데 둘레길 따위 걷기 싫어요."

초6 아들: "주말에 친구들이랑 게임 약속 있는데 가기 싫어요."

그래도 나는 알려주고 싶었다.

주말만이라도 걷고,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나만의 생각이었다.


완벽한 실패의 목록

아이들은 둘레길을 걷는 내내 불만과 짜증만 쏟아냈다.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서로 먼저 마시겠다며 싸움을 벌였다.

"벌레 있어서 싫어."

"풀 때문에 싫어."
"경사 있어서 싫어."
"습해서 싫어."
"다리 아파서 싫어."
"숨차서 싫어."
"하나도 안 좋아!"

완벽한 실패였다.

무엇이라도 경험시키고 싶다는 나의 계획은 처참히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에도 또 이런 경험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것이다.

아무리 아이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해도, 나는 그들보다 인생의 경험이 많고 무엇이 더 좋은지 안다고 믿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다는 부모의 욕심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과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는 일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둘째 언니의 조언

둘째 언니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욕심을 내려놔. 아이들이 알아서 하게 둬.
네가 경험시키고 싶은 건 네 욕심이야.
아이의 행복에 집중해. 아이가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아는 게 부모의 일이야."


그래서 묻는다

이 말이 진리일까?
아니면 아이를 키워보지 못한 제삼자의 눈으로 본, 현대 부모의 욕심일까?

사춘기 아이들과의 여행.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 불편한 여정을 계속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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