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구시로 습지

홋카이도 그녀, 이나래 -41화

by 파랑몽상

첫사랑의 설렘을 안고 떠나는 구시로 습지 여행, 홋카이도의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나래의 마음도 흔들린다.


키스 이후의 하루

나래는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첫 키스의 달콤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부드럽던 소에다의 입술 촉감이 그대로 스며 있어,

순간순간 입술 끝이 화끈거렸다.

거실을 빙그르 돌던 나래는 거울 앞에 멈춰 섰다.
평소와 똑같은 얼굴인데, 어딘가 달라 보였다.
달라진 게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자꾸만 미소가 새어 나왔다.


한편, 소에다는 이른 아침 병원 진료실에 앉아 있었다.
나래에게 너무 성급하게 다가간 건 아닐까, 잠시 걱정했지만 이제는 그녀에게 확신을 주고 싶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짧은 문장을 눌렀다.
“오늘 친구들과 구시로 잘 다녀와. 1박 2일이라고 생각하니 벌써 보고 싶다.”

전송 버튼을 누른 뒤, 의자에 몸을 기댔다.
어젯밤 나래의 서툰 손길이 떠올랐다.

어색하고 순진한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래의 휴대폰이 울렸다.
‘벌써 보고 싶다’는 말에 나래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답장을 쓰려다 몇 번이고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결국 짧게 눌렀다.

“저도 벌써 보고 싶어요.”

문자를 보내고 나래는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구시로 여행날이다.
긴팔 옷을 차곡차곡 접고, 비옷과 등산화를 챙기며 설렘을 다잡았다.

하지만 짐 속에 가장 크게 자리한 건, 어젯밤의 떨림과 오늘 아침의 두근거림이었다.


여행 준비와 설렘

나래는 옷을 하나씩 가방에 넣으면서도 자꾸만 딴생각을 했다.
긴팔 옷을 접으며 ‘구시로는 쌀쌀하다고 했지?’ 생각했지만,

금세 소에다가 '나래랑 함께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비옷을 보면서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깐 챙겨야지…’ 하다가도

소에다의 몸에서 나던 샌달우드 향이 기억났다.
등산화 끈을 묶으며 문득 웃음이 났다.

사랑이라는 게 이런 건가.
멀쩡하게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도 그 사람이 자꾸만 끼어드는 것.


나래의 구시로 여행 체크리스트

긴팔 옷 (구시로는 생각보다 쌀쌀!)

비옷과 우산 (홋카이도의 날씨는 변덕이 심함)

등산화 (습원 탐방에 필수!)

그리고… 소에다를 그리워할 마음

홋카이도 그녀 이나래 브런치 용 40화 -이미지.png

다양한 연령층의 클래스메이트들


사회인 코스로 입학한 친구들은 연령대가 다양했다.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유학생인 나래는 늘 주목받는 존재였다.
‘짠한 유학생’이라며 쌀과 과일, 야채를 챙겨주는 과 친구들.
이번 구시로 여행도 나래를 위해 그들이 직접 계획해준 것이었다.


여행 출발, 그리고 차 안에서의 수다


안드레아는 출발 시간에 맞춰 나래 집의 벨을 눌렀다.

나래는 상기된 표정으로 여행 가방을 메고 집 앞을 나섰다.

“나래! 오늘 뭔가 얼굴이 밝아 보인다.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안드레아의 말에 나래는 괜히 뺨을 만졌다.

“아니야, 그냥… 여행이라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정말?그게 아닌것 같은데? 혹시 소에다 씨와…”

“아니라니까!”

나래는 서둘러 안드레아의 말을 막았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숨길 수 없었다.

중앙병원 앞에는 이미 9인승 밴이 와 있었다.
운전석에는 나카무라 씨.

그리고 야마구치 씨, 단 루미코 씨, 테라시타 씨, 가네다 씨, 케이코 씨, 이와가미 씨, 안드레아, 그리고 나래.

아홉 명의 구시로 1박 2일 여행이 시작되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차 안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창밖에는 흐린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그 속으로, 나래의 새로운 하루가 달려가고 있었다.


작가의 말: 구시로 습지는 홋카이도의 대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처음 그곳을 찾았던 2000년에는 지금처럼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더 신비롭고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낯설지만 신기했던 풍경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가고 싶습니다.
나의 제2의 고향,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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