닝구르테라스, 스며드는 사랑

홋카이도 그녀, 이나래 48화

by 파랑몽상

홋카이도 닝구르테라스에서 시작된 감성 로맨스.

요정의 숲, 은은한 불빛, 그리고 호텔에서 마주한 낯선 감정의 파동까지... 두 사람의 감정은 점점 깊어가는데.


요정들의 숲에서 만난 두 마음

닝구르테라스는 요정이 사는 집이라고 했다.

데크로 된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오두막집들이 숨어 있었다.

각각 다양한 소품을 파는 가게들은 손으로 만든 따스함이 묻어나는 아이템들로 가득했다.

나래의 눈동자는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반짝였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자, 닝구르테라스의 작은 전등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주황빛 전구에서 은은한 불빛이 퍼지자, 나래는 마치 동화 속 신비로운 숲으로 발을 들인 듯한 기분에 젖었다.

"선생님, 닝구르테라스에는 정말 요정들이 산대요. 이렇게 오밀조밀한 곳은 처음 봐요.

요정이 산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신비로워요."

나래의 말에 소에다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의 눈빛이 따뜻하게 나래를 담았다.

"내 눈에는 나래도 요정처럼 예뻐."

시간이 멈춘 듯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나래는 소에다의 진중한 눈빛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데크 끝. 그곳엔 두 사람만의 공기가 있었다.

소에다는 천천히 다가와 나래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했다.

맞잡은 나래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 없다던 나래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요정의 숲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으흠!"

나래는 멋쩍은 헛기침을 했다.

소에다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나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자그마한 체구의 나래는 자연스럽게 소에다의 품에 쏙 들어갔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맞춰 서로의 몸을 비비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요정의 숲답게 청설모가 나무 가지 사이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우아한 점프를 선보였다.

나래는 소에다의 따뜻한 품이 좋았다. 그의 넓은 가슴에 기대는 느낌도, 그만이 가지고 있는 은은한 향기도 모두 좋았다.

주황빛 불빛과 요정들의 숨소리, 산들바람, 그리고 데크에 울려 퍼지는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이 닝구르테라스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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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마주한 설렘과 두려움

뉴 후라노 프린스 호텔은 닝구르테라스 바로 옆에 자리했다.

커다란 호텔 정문 앞에서 나래는 잠시 머뭇거렸다.

소에다와 함께 호텔에 들어가도 되는 건지, 순간 의문이 들었다.

"선생님! 이런 멋진 호텔을 예약하셨네요. 저... 사실 호텔은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나래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망설임으로 가득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알면 뭐라고 하실까? 내가 지금 이러는 게... 정말 괜찮은 건가?'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이 나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소에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나래, 걱정하지 마. 방은 하나지만 침대는 두 개인 방을 골랐어."

소에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안심시켰지만, 나래는 여전히 망설였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남자 친구와 1박 2일 여행을 온 것도, 호텔에 온 것도, 같은 방을 쓰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반면 소에다는 나래보다 11살이 많은 사람이었으니, 경험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었다.


호텔에서 마주한 새로운 세계

소에다는 나래를 로비 소파로 안내했다.

"나래, 내가 체크인을 하고 올 테니 여기 앉아 있어."

소에다가 체크인 데스크로 향하는 동안, 나래는 어린아이처럼 얌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호텔의 높은 천장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펼쳐졌다.

마치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를 붙여놓은 듯 수천 개의 불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로비에 서 있는 호텔리어조차 나래의 눈에는 특별히 멋있어 보였다.

체크인을 마친 소에다는 룸키를 손에 들고 나래에게 돌아왔다.

그는 나래의 가방과 자신의 가방을 들고 앞장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나래는 그의 그림자를 조용히 따랐다.

"나래! 내 손을 잡아. 어서. 내가 다 도와줄게."

소에다가 나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다정함과 세심함이 나래에게 따스하게 전해졌다.

'그래! 이 사람만 믿고 따라가면 돼. 뭐가 걱정이야?'

나래는 소에다의 검지손가락을 꽉 붙잡았다.


✨ 우리만의 작은 세상

엘리베이터는 15층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창밖으로 닝구르테라스가 나래의 발아래로 들어왔다.

요정의 숲에 조명들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이제 요정들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찰칵'

호텔 방 문이 열리자, 나래는 통창으로 보이는 전경에 환호성을 질렀다.

"선생님! 와! 너무 아름다워요! 이 일대의 야경이 한눈에 다 보여요!"

나래는 감동에 젖은 눈으로 창문에 코를 대고 바깥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나도 이 방이 언제나 마음에 들어. 언제 와도 좋은 것 같아."

소에다는 말끝을 살짝 흐렸다.

'언제 와봤다는 말이지? 누구랑?'

목에 가시가 걸린 듯, 그 말 한마디가 나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소에다는 나래의 뒤로 다가와 조용히 그녀를 안았다.

나래는 그의 품에 조심스럽게 기대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듯 눈을 감았다.

소에다는 나래의 머리카락에 가볍게 입맞춤했다.

"나래에게 이런 야경을 보여주고 싶었어. 너라면 분명히 감동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래는 행복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행복하다'라는 말보다 더 잘 표현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 소에다의 뜻밖의 고백에 나래는 한순간 불안감에 휩싸였다.


✍️ 작가의 말

제가 유학하던 2000년, 처음 닝구르테라스를 찾았을 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소설과는 달리 저는 10월에 그곳을 방문했는데,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숲의 쓸쓸함과 가을의 여운이 닝구르테라스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어요.

모든 건 역시, 처음이 가장 강렬한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요?

그 이후로 세 번쯤 더 그곳을 찾았지만, 처음 갔을 때처럼 숨이 막힐 정도의 아름다움을 다시는 느낄 수 없었답니다.

특히 10월, 그 계절의 닝구르테라스는 지금도 제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조용히 불 켜진 오두막들, 바람에 흩날리던 낙엽, 그리고 숲이 품은 말없는 위로까지.

여러분에게도 그런 여행지가 있으신가요?

두고두고 마음속에 남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그런 '첫 감동'의 여행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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