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초6병 사이에서 엄마는 자란다.

그날, 나는 ‘그 말’을 하고 말았다!!!!!

by 파랑몽상


1. 사소한 말에서 시작된 균열

그날, 나는 결국 그 말을 하고 말았다.

지난 토요일, 중2 딸과 크게 다퉜다.

나는 엄마니까, 성인이니까 참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도 감정은 금세 폭발했고, 결국 우린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워커힐 호텔에서 세미나가 있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안양에서 워커힐까지 교통이 불편하다며, 나를 위해 하루 운전기사를 자청했다.

초6 아들은 학원에 가 있었고, 집에는 영어 과외를 막 끝낸 딸만 남아 있었다.

남편이 말했다.

"우리가 늦게 들어오니까 핸드폰 너무 오래 하면 안 되잖아. 아빠가 가지고 있다가 다시 줄게."

그 순간 딸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나는 뭐 하라고? 할 게 없잖아! 핸드폰 없으면 할 게 없다고! 뺏지 말라고!"

나는 옆에서 말을 보탰다.

"영어도 하고 수학 숙제도 하면 되겠네."

그러자 딸은 갑자기 큰 소리로 반발했다.

"누가 그런 걸 해! 나도 쉬고 싶어! 핸드폰 줘!"

남편은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나가버렸다.

"나 먼저 나가 있을게. 해결하고 내려와."

쾅. 문이 닫히고, 집에는 나와 딸만 남았다.

"그럼 이렇게 하자. 오늘 하루 종일 핸드폰만 해.

대신 내일 이모와 서울 갈 때 너는 데리고 가지 않을 거야."

약속 시간이 촉박해서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하고 나는 집을 나섰다.

그러자 딸이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달려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나를 막아섰다.

"치사하네! 거지 같아! 가져가! 핸드폰!"

핸드폰을 내 발 앞에 집어던졌다.

그 행동과 말이 내 감정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미지  중2딸과 초6 아들 사이에 엄마,..의.png

2. 무너진 감정, 무너진 말들

"뭐 하는 거야? 신발도 신지 않고?"

나는 딸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딸은 내 셔츠 목 부분을 잡아당겼다.

순간 나는 무너졌다.

"네가 그러고도 내 딸이야? 핸드폰 하나 때문에 이럴 일이냐고?

그래! 그럼 종일 핸드폰이나 하고 살아!"

결국 딸의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딸은 씩씩거리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멍하니 서서 늘어난 셔츠 목 부분을 바라봤다.

순간, 분노라는 감정을 더는 누를 수 없었다.

세미나가 무엇이 대수인가? 지금 내 딸의 상태가 이 모양인데.

집으로 다시 돌아가 의자에 앉아 있는 딸의 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하고 말았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평생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말이었는데.

내 감정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딸은 반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내가 머리카락을 흔들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내 손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더 이상 딸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그대로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셔츠 목은 다 늘어나 있었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다.

차에 타자 남편이 물었다.

"둘이 머리 잡고 싸운 거야? 왜 이래?"

나는 그저 되뇌었다.

"나쁜 년… 진짜 나쁜 년…"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3. 사춘기와 죄책감 사이에서, 나는 어른이 되지 못했다

그 후로 딸과 나는 서먹하다.

딸은 엄마 옷을 잡아당긴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나는 아직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세미나에서 후배가 장난처럼 말했다.

"딸은 뼈 안 부러졌지?"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가만히 앉아서 울고만 있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딸은 내가 머리카락을 잡았을 때 달려들지 않고 그저 울고만 있었을까.


사춘기는 언제 끝날까. 그리고 나의 죄책감은 언제 끝날까.

나는 왜… 엄마인데도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걸까.

추석 보름달을 보고 빌고 빌어서 우리 부부에게 와준 딸이었다.

귀하고 귀한 딸.

그런데 지금 나는, 그 아이의 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었던 내 손을 바라본다.

이 손이 그 아이를 처음 안았던 손인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의문이다.

딸은 왜 반항하지 않았을까. 왜 그저 울고만 있었을까.

그 눈물이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작가 후기]
중2와 초6 사이, 엄마는 여전히 자라는 중입니다.
완벽한 부모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매일 조금씩 배워갈 뿐입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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