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속 끝, 피어난 사랑

홋카이도 그녀, 이나래-69화

by 파랑몽상

민들레 손수건


휴대폰 화면이 반짝거렸다.

발신자 - 소에다 쇼이치 선생님.

나래는 전화를 받지 않고 한참을 그냥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래! 전화 왜 안 받아? 소에다 선생님 아니야?"

미나코가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 나래에게 말을 걸었다.

순간 핸드폰 진동이 멈췄다.

"내가 다시 걸면 돼. 괜찮아."

나래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렸다. 손수건에 떨어진 눈물은 어느새 민들레 꽃처럼 번져 있었다.

"미나코짱, 손수건은 내일 세탁해서 돌려줄게."

나래는 손수건을 고이 접어 가방 안에 넣었다.

"손수건은 나래가 가져도 돼. 내일도 시험이니까 이쯤에서 일어설까?

소에다 선생님이랑은… 대화 잘해보고."

미나코는 나래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나래도 미나코의 손을 잡았다.


변해가는 것들


길 바로 옆에서 호쿠요우 특급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유학을 왔을 때에는 기차가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신기해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지켜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기차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처음 만났을 때의 떨림과 설렘은 언제나 영원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마저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어버린다. 특별했던 순간들이 당연한 것이 되어가는 것처럼.

사랑도 마찬가지일까?

처음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신비롭고 소중해서 한시도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내 사람'이라는 안전함 속에서 그 간절함마저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나래는 제2센트럴 하우스 앞 벤치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소에다 선생님이 지금은 연애 초기니까 이렇게 나 없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변하는데... 그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나래는 머리카락을 쥐어잡고 흔들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나보다 열세 살이나 많잖아. 나는 아직 젊고… 앞날도 창창한데

내가 어떤 멋진 사람이 될지 어떻게 알아?'

나래는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예상치 못한 만남


"나래!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소에다였다.

얇은 감색 가디건에 스트레이트 청바지를 입은 소에다가 나래의 어깨를 잡았다.

"아! 깜짝이야! 선생님이 왜 여기에…?"

나래는 갑자기 등장한 소에다에 당황했다.

"나래랑 연락이 안 돼서 진료 중간에 잠깐 나왔어. 그런데 왜 집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머리를 흔들고 있어? 문자에 답도 없고?"

소에다는 나래 옆에 앉았다.

"선생님, 여기 앉아 있으면 안 돼요. 누군가가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안 돼요.

얼른 우리 집으로 들어가요."

나래는 소에다의 손을 끌고 집으로 향했다.

소에다는 영문을 모른 채 나래의 손에 이끌려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노란 방에서


나래는 노란색 천을 덮은 테이블 위에 루이보스 티 두 잔을 내려놓았다.

소에다가 나래의 방에 온 것은 두 번째다.

처음에 온 것은 나래가 아팠을 때이고, 정식으로 사귀고 나서 온 것은 처음이었다.

소에다는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나래는 커튼도 테이블 천도 노란색으로 장식해 놓고 있었다.

곳곳에 가족과 친구들과 여행 다녀온 사진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자신과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것이 조금 서운하게 느껴졌다.

"저 지금 미나코짱 만나고 왔어요. 병원에서 선생님과 저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 둘을 응원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나래는 소에다 옆에 앉아서 미나코와 나눈 대화를 주저리주저리 소에다에게 전달했다.

"어찌나 가슴이 뭉클한지 눈물이 뽀르르... 진짜 저 바보같이 울어버렸다니까요."

소에다는 나래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일본어를 할 때 입술을 작게 오물거리는 나래가 사랑스러워서 아무 생각 없이 그녀만 바라보았다.


세 번째 키스

그 순간, 소에다는 무의식적으로 도톰하고 짙은 붉은빛을 띤 나래의 입술로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놀란 나래가 입술을 멈칫하는 사이, 두 사람의 입술이 살며시 맞닿았다.

소에다와의 세 번째 키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길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 듯한 떨림이었다.

나래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을 꼭 감은 채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에다의 입술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그녀의 입술을 포개오자 굳어있던 어깨가 서서히 녹아내렸다. 서툴렀지만 따뜻했다.

소에다의 숨결이 나래의 입술 위에서 부드럽게 흩어졌고,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나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 섬세한 감촉에 나래의 심장이 더욱 빨라졌다.

나래는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소에다의 목을 감았다. 두 사람의 몸이 더 가깝게 밀착되었다.

이내 소에다가 잠시 입술을 떼고 나래를 바라봤다.

나래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내리고 작게 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소에다를 올려다보았다.

소에다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정말 좋다."

소에다의 낮은 속삭임에 나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래가 먼저 소에다의 무릎에 앉았다. 천천히 그의 목을 안고 소에다의 입술로 조금씩 다가갔다.

첫 키스의 떨림이 가시고, 이제는 그를 더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용기가 되어주었다.

소에다는 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워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술을 맞추었다.

하지만 속도를 맞춰 사랑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에다는 알고 있었다.

살포시 나래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뗀 소에다는 나래의 양볼을 손으로 가만히 감싸고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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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오늘은 나래와 소에다의 본격적인 로맨스를 담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마침내 닿은 키스. 그 떨림을, 여러분도 기억하고 계신가요?

저는 대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오빠와 얼떨결에 첫 키스를 한 기억이 있어요.

나래처럼 영화 같은 순간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어색함과 두근거림은 지금도 잊히지 않네요.

혹시 여러분에게도 기억에 남는 첫 키스가 있으신가요?

문득 떠오르는 그 순간이 있다면, 오늘 살며시 꺼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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