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이 차가운 저녁 6시 무렵의 겨울 저녁,
이번 겨울 속 마지막 추위임이 직감 되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길어진 해의 어스름한 분홍 빛으로 물든 하늘은 뭉쳐있는 구름과 함께 어우러져있는데
나뭇잎 하나 없는 나무의 잔 가지들과 같이 비춰져있다.
일을 하러 가는 바쁜 발걸음 속에서 들어온
그 순간의 풍경은
그저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느낌이네.
저 발그스레 비친 태양과
수분으로 가득 이루어진 구름과
잎은 없어도 꼿꼿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나무
그리고 그것을 초점을 잡아 담아내는 나의 눈.
순간 내 눈에 찍힌 그림을 통해
이런 순간을 음미할 수 있는 나의 여유와
시리지만 반가운 감정들이
못내 그리워질 것임을 안다.
며칠 밤이 지나고나면
저 나뭇가지는 녹음들로 가득차겠지.
세상은 나의 마음의 거울이라고,
내 마음에 들어찬 감정들이
이 풍경에 나를 담아 가득 투사해낸다.
그리고 오늘 영화처럼 찾아온 봄의 온도가
어제의 시린 감정을 더욱 부각시켜주는데,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채광을 듬뿍 받은
나무세포들 속에 초록빛 생명은
바스락 꿈틀거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