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녹내장과 함께하기

by grassrain

그 시간이 왔다.

어김없이. 실시하라.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는 궁금해서도 안된다.

거역할 이유도 없다. 맹종하라.

반드시. 기필코. 해야 한다.

부릅뜨고 대항하던 두 눈은 너무도 쉽게 굴복한다.

따끔하면서도 시린 것이 금세 뇌까지 스며 들어온다.

이제부터 어찌해야 하는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어느새 양손의 검지 손가락은 이미 제자리에 곧게 서서 뻣뻣하게 굳어있다.

머리통은 뒷목이 접히지 않을 정도의 각도를 정확하게 유지하며 턱을 들어 올린다.

잘 받아들이기 위한 자세이다.

세상의 어떠한 결박보다 단단하다. 복종할 수밖에 없다.

희뿌연 그것들은 때를 잘 알고 들이닥친다.

커다랗다 못해 쫙 찢어져 흰자위가 대부분인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헤집고 다닌다.

여러 개가 동시에 나를 찾는다. 맞닥뜨리면 안 된다. 그들과 마주치기만 해도 안된다.

찰나의 망설임도 없다.

그들은 나를 끔찍이도 좋아한다. 나는 그들에게 제일 맛있는 먹잇감이자, 재밌는 놀잇감이다.

나만 찾아다닌다.


잔뜩 쪼그라든다. 숨도 잦아든다. 승모근을 귀밑까지 올린다. 양 팔꿈치로 갈비뼈를 파고든다. 양무릎은 꼭 붙이고 다리엔 힘을 가득 채워 넣는다. 엉덩이는 뾰족해진다. 등 한가운데에 곧게 뻗어야 할 뼈들을 둥글게 접는다. 엄지발가락으로 땅의 거죽을 붙든다.

더 이상 작아지지 못하니 기꺼이 속에 들어찬 것들을 벅벅 퍼내고 꾹꾹 짜낸다. 꺼풀만 남는다.

맥없이 나풀거리는 몸을 기대고 싶어진다. 소박하지만 안락해 보이는 집으로 숨어든다.

안심도 잠깐이다.

점점 부푼다. 집 천장에 목이 꺾인다. 계속해서 더 커진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통증이 느껴진다. 최대한 숨을 내뱉는다. 소용없다.

겹겹의 껍데기들은 얇아질 대로 얕따랗다. 빈 속이 투명하게 훤히 비친다.

허울뿐인 집의 갈라진 틈 사이사이로 삐져나와 부풀어 오른다.

온몸을 에워싸는 통증과 괴기스럽게 변한 모양새는 안중에 없고, 그들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하다.

차라리 터지고 갈라져 멀리 뿔뿔이 흩어져 사라지고 싶다.

나의 간절한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의지와 반대로 내달린다. 보란 듯이 쭉쭉 더 늘어나 팽창한다.

심지어 집을 꼭 품고 함께 커진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항상 여기서 멈춘다.

2분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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