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해 주는 음식
도착 3분 전, 나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운전석의 남편이 차를 익숙한 간판 앞에 세우면, 땅을 힘껏 박찬다.
대기 순서를 조금이라도 빨리 받기 위해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전속력으로 뛴다. 순간 시속은 매번 최고기록갱신일테다.
그날 나의 번호가 정해지면, 그 후엔 맛있게 먹고 나오는 사람들을 곁눈질로 바라봐야 하는 두어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고통을 시작으로 두어 개가 더 있다.
내 순서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부끄러움 한 개.
서늘한 나무 마룻바닥에 외로운 맨발을 내딛을 때, 유난히 긴 발가락들이 움추러드는 부끄러움 한 개 더.
안내해 주는 직원을 쫓아 들어가다 보면 빈 테이블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 보인다. 서로서로가 유난히 가깝게 느껴지는 장애물들 사이에서 의자를 찾아 앉는다.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하고, 익숙한 주문을 한다. 여러 번 왔지만, 공간이 주는 낯가림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주문을 마치고 미어캣이 된다. 눈은 주변 식탁 위의 그릇들을 바라보고, 서빙하는 직원들의 동선을 살피고, 입은 초조함과 기대감에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내 입이 멈추는 시간은 나에게 뽀얀 하얀 통이 다가올 때이다.
가장 먼저 조심스럽게. 천천히. 작디작은 사발 가득히 담아주시는 동동주 한잔이 차오르는 걸 지켜본다.
달달한 향기가 나면서 걸쭉하지 않고 가볍게 넘어가는 딱 나를 위한 동동주다.
꿀떡. 꿀떡. 꿀떡. 마시고 나면 눈에 힘이 들어간다. 눈가가 뜨거워진다.
감동받아서인가, 위로받아서인가...
첫 모금 후엔 항상 “행복이란 이런 거지!” 자동발사 된다.
그 뒤로 막국수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금방 나온다.
나의 온 마음과 감각이 막국수에 꽂힌다!
“저희 가게에 처음 오셨어요?” 직원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음성에 나의 조급한 대답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불협화음이 된다.
“아니요!!” 내 대답과 함께 직원이 뒤돌면,
세숫대야 같은 그릇에 얼굴을 박고 향긋한 들기름향과 고소한 김향을 눈코입으로 실컷 들이마신다.
막국수음식의 생김새는 그다지 이쁘진 않다. 거무튀튀한 해초와 돌가루를 정성스럽게 뿌린 듯한 느낌이랄까?
그대로 크게 한 젓가락 움푹 퍼서 입 안 가득 양볼 구석구석 넣고 와구와구 씹기!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툭툭 끊어지는 면의 식감과 함께 들깨와 김 가루가 이 사이사이에 끼는 게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크게 세 젓가락정도 먹고 나서 면이 반쯤 남았을 때 노란 주전자의 육수를 짤박하게 부어놓고, 동동주 한 모금 더 마신다.
언제 또 마실지 모르는 동동주 향을 뒤통수까지 한껏 들이마시고 목구멍에 넣는다.
육수에 담겨있는 면도 입안 가득히 세 번 정도 떠먹으면 원래 있던 면이 다 사라져 버린다.
김 가루와 들깨가루가 가라앉은 육수를 쭉 들이키다가 한 모금 정도 남았을 때 그릇에 붙은 들깨와 김 가루들 한점 한점 샥샥샥 끌어 모아 마지막 한 모금에 싹 마무리한다. 이 가게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요리사님, 사장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항상 그곳에서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