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작품 속 상징적 의미 해석
오늘 민음사의 345번째 세계문학전집 모옌 중단편선을 다 읽었다. 전반적으로 서사보다도 회화적인 장면 묘사와 그 장면들에 숨겨놓은 알레고리들을 해석해야 작품의 의미가 비로소 온전히 드러나는 그런 작품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이 중국의 근현대사와 맞닿아 왜 당대의 중국이 그렇게 비참히 살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작가의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을 가장 자전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품이 <투명한 빨간 무>라고 한다면 작가가 가장 우의적으로 이 주제의식을 표현해 낸 소설이 <창안대로 위의 나귀 타는 미인>과 <후미족> 일 것이다.
<창안대로 위의 나귀 타는 미인>에는 검은 나귀를 탄 동양적인 미녀와 백마를 탄 장검을 든 남자가 갑작스레 베이징 한복판에 나타나 모든 행인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잡으며 행진을 해나간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이 소설의 서술자인 허우치도 이 묘령의 여인을 따라 행군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렇게 자전거며 자동차며 아파트의 온갖 군중들은 이 둘을 추월하지도 접근하지도 무시하지도 못하며 이 둘을 따라다니다가 공안과 경찰에게 해산당한다. 운 좋게 가장 가까이 있던 허우치는 날이 어둑해지는 마지막까지도 둘을 쫓아가지만 그가 결국 보게 되는 것은 똥을 한 무더기 쏟아내는 나귀와 말뿐이다.
서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이 소설은 민음사에서 제공하는 공식 해설에서 조차 명확한 주제를 알기 힘들다고 못 박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 책 전반에서 작가가 일관적으로 말하는 주제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모옌은 자신의 경험과 민간설화를 통해 중국의 근현대를 소설에서 그려내고 있다. 그가 다루는 소설 속에서 중국은 종종, 비참한 일반 중국 인민 다수의 실상, 공산 체제의 실패, 여전히 미신적인 구시대 관념으로 살아가는 중국인들로 그려지곤 한다.
이러한 점과 연관지어 해석하면 창술과, 미인, 나귀와 말, 은회색 갑옷과 붉은 비단치마가 일관되게 의도하는 바는, 여전히 대다수의 중국인에게 남아있는 과거 이상적인 동양적 전통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상징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하필 이 전통적 중화풍의 이상을 상징하는 이 두 인간이, 이 단편집의 다른 시공간적 배경인 20세기 무렵의 가오미 둥베이 향이 아닌 21C 베이징 한복판에 있는 창안대로에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이어지는 서울 한복판을, 국가가 주도하여 발전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틈에 놓은 격인데 이들로 인해 일어나는 소동을 보면 의미는 명확해진다.
이들이 행진함에 따라 도로는 마비되고 사람들은 이들에게 몰린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에게 범접하거나 추월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시에는 거대한 행렬과 교통체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들을 전통 중화사상의 정수라고 본다면, 작가가 생각하는 현대 21세기 중국의 발전이 정체되는 원인을 전통적 이상에 집착하는 현 중국 대중에게서 찾고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소설의 대중들은 허우치에게 헤일 봅 혜성과 개기일식이 일 년 만에 반복될 수도 있는 거라고 윽박지르거나, 미녀에게 맥주병을 던진다. 이렇게 쉽게 휩쓸리고 쓸모없는 말을 지껄이는 무식하고 무질서한 대중이 만들어내는 시대역행적 흐름이 현대 중국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다는 작가의 통찰을 서사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귀와 백마 미인과 호위무사의 목적은 무엇인가? 없다. 중국 인민이 그렇게 찬양해 마지않고 따르는 중화사상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아름다움을 갖춘 완벽한 이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일반 대중 따위의 안전 심지어는 생명 따위도 관심이 없고 그저 목적 없이 거닐다가 꽃을 따고 똥을 싸지르는 그저 우리와 같은 평범한 객체에 불과하다고 폭로한다. 그들의 무목적적 행진, 대중에 대한 무시와 폭력, 똥을 싸는 평범하고 현실적인 모습은 중화라는 것이 사실은 중국 인민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하거나 아름답지는 않다는 당연한 사실의 사건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