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견과 함께 살기
“종대 보호자님.” 동물병원 대기실.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사람들이 킥킥 웃는다. 왜 하필 ‘종대’냐고 묻기도 한다. 물음에 익숙한 나는 항상 하는 대답을 한다.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가 종대래요.” 또 한 번 웃음이 터진다. 두 딸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강아지를 데려오며 붙인 이름, 종대. 암컷에게 남자의 이름을 붙였다.
12년 전, 본의 아니게 강아지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이 용돈을 모아 15만 원을 만들고는, 막내 생일선물로 강아지를 사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강아지가 있겠냐며 퉁명스레 말했지만, 시내 애견샵 한 곳에 시츄 새끼가 있다는 말을 듣고 결국 허락했다.
그때 우리 집은 한없이 우울했다. 나는 아이들이 마음 둘 곳을 찾을 것 같아서 덜컥 허락해 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다 키울게”라고 말한 아이들은 온데간데없었다. 강아지의 보육은 결국 내 몫이 되었다.
종대. 내 성까지 붙인 이름은 ‘김종대’다. 하지만 김종대 씨는 문제아였다. 바닥, 침대, 이불, 소파. 가리지 않고 오줌을 싸댔다. 오줌 양도 많아서 장판이 일어나고, 썩기도 했다. 살던 집에서 이사 갈 때는 바닥 교체비로 200만 원을 물어줘야 했고, 지금 사는 집의 바닥도 얼룩투성이다.
아이들이 언제 바닥 바꾸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응, 종대 죽으면.” 어차피 또 싸댈 테니까. 가끔은 정말 미웠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 바보는, 미움을 금세 사라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보 종대. 잘 짖지도 않는다. 낯선 사람도 반긴다. 배고프거나 아파도 낑낑대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다가와 곁에 누워, 눈을 바라볼 뿐이다. 배변 실수로 한바탕 혼나도 그때뿐이지 졸졸 쫓아다닌다.
몇 달 전부터 그 바보가 더 말썽을 부렸다. 수시로 물을 잔뜩 먹고, 오줌으로 집안을 한강으로 만들어놓았다. 매일 같이 혼내도 바뀌지 않고,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그러나라는 생각도 했다. ‘진짜, 사라졌으면 좋겠다. 저 웬수 덩어리.’
그런 날이 이어졌다. 산책을 시키면 좀 나아질까 싶었다. 오랜만에 종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햇볕이 화창하고, 바람이 따뜻하던 날이었다. 종대는 평소처럼 신나게 달렸다. 그러다 갑자기 멈칫했다. 목이 마른 듯 고개를 자꾸 뒤로 넘기더니 몸이 경직됐다. 뭐지. 무서운 생각이 들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나 다시 뛰는 모습에 안도했다. ‘아, 너무 흥분했나 보다. 역시 바보네.’ 안심도 잠시, 이번에는 사지가 떨리다가 쓰러진다.
그 순간 나는 종대를 안고, 집 앞 동물병원으로 뛰었다. “종대야! 종대야!! 죽으면 안 돼.” 가슴이 뛰고 목이 메었다. 휴대폰을 꺼내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119 좀...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