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견과 함께 살기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동물병원에 들어섰다. 수의사는 종대를 조심스레 살펴보더니 말을 꺼냈다. "솔직히 여기 장비로는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어요. 전주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세요. 걔네는 장비도 많고, 이것저것 검사하니까", "그렇게 심각한가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얼른 가요. 저도 겁나서 말하는 겁니다. 그 사이 무슨 일 생길까 봐”
한 시간 남짓 달려간 곳은 동물메디컬센터. 건물 전체가 동물병원이었고, 암센터까지 있었다. 전문 수의사만 18명. 진료 분야가 외과, 내과, 치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로 세분화되어 있었다. 동네 동물병원만 보아오던 내게는, 마치 딴 세상 같았다. 진료를 기다리는 반려동물과 보호자들로 북적이는 동물병원. 이 낯선 공간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일상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곳은 어떤 사람들이 올까, 슬쩍슬쩍 둘러보았다.
나는 개를 키운다는 게 그저 밥만 주고, 가끔 산책이나 해주면 되는 줄 알았다. 어릴 적 키웠던 개들은 마당에 묶여 있었고, 남은 음식을 모아 밥그릇에 담아주는 식이었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라도 먹이려 하면, 그 비싼 걸 왜 먹이냐고 엄마에게 혼나던 기억도 있다. 그게 그 시절, 우리 집의 '반려'였다. 게다가 종대는 원해서 데려온 아이도 아니었다. 아이들의 고집에 못 이겨 마지못해 떠안은 존재였다. 혼자 벌어 두 아이를 키우는 삶에서 반려견 돌봄은 사치라 여겨졌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묻는다. 스케일링은 했냐, 중성화는 왜 안 했냐, 정기검진의 주기는 어떻게 되냐고. 나는 되묻기 바빴고, 무지와 방관이 민망하게 드러났다. 그렇게 초진 문답을 마치고, 긴 대기와 여러 검사를 거쳐 진단이 내려졌다. “당뇨입니다”, “... 네? 강아지도 당뇨에 걸리나요?”, “그럼요, 지금 탈수증도 심해요. 합병증 여부와 인슐린 수치를 확인하려면 입원해야 합니다”, “인슐린이라니요? 사람 맞는, 그 주사요?”
산책 중 쓰러졌던 것도 당뇨로 인한 탈수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물만 찾아대고 오줌을 잔뜩 쌌구나. 몸이 부대껴서 그랬는데 ‘웬수 덩어리’라고 구박한 게 너무도 미안했다. 백내장도 이미 진행되어 있었다. 당뇨는 합병증도 잦으니 다른 검사도 필요하단다. 비용이 꽤 든다며 치료를 계속할지 묻는다. 하지만 망설일 틈이 없었다. 당연히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막상 종대가 위급하다니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시츄는 아픈 걸 숨긴다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참고 버텼을까. 마음이 저려왔다.
터덜터덜 집에 돌아왔다. 성장한 두 딸은 타지에서 대학생활 중이고 집에는 종대 나 단둘뿐이었다. 종대가 없으면 편할 줄 알았다. 사료 챙길 일도, 산책 나갈 일도, 오줌 닦을 일도 없어질 그날을 솔직히 바라기도 했다.
그런데 종대 없는 집은 조용한 게 아니라 텅 비어 있었다. 졸졸 따라다니던 껌딱지 같은 아이. 허전함에 자꾸 뒤를 돌아보지만 보이는 건 빈자리뿐이었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그 존재는, 내 하루의 전부였다. 문득 영영 못 보게 되면 어쩌나 싶었다.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순간순간마다 기도했다.
편할 줄 알았던 부재는 휑한 외로움으로 남았다. 내가 돌보고 있는 줄 알았던 그 아이가 어쩌면 나를 지켜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제발, 무사히 돌아와 주기를. 이제야 알게 된 너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갚게 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