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바보 종대 23화

종대가 이끄는 길 위에서

당뇨견과 함께 살기

by 규아

“다다다다닥.”


오늘도 종대의 전력질주로 산책이 시작된다. 작은 발바닥이 아스팔트를 두드리며 한여름 밤공기를 가른다. 뒤따라가는 나는 숨이 가빠지고,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젖은 티셔츠가 등에 달라붙을 즈음, 종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소리만 스쳐도 더 속도를 올린다. 마치 바퀴 달린 무언가라도 된 듯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한때는 지나던 아주머니가 “진짜 돼지 키우는 줄 알았다”며 진지하게 물었던 만큼 토실토실하던 엉덩이가 이제는 앙상하게 말라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계단을 훌쩍 오르고, 나를 질질 끌며 고집대로 길을 선택한다. 당뇨와 합병증을 버티면서도 세상을 향해 달려드는 그 기세만큼은 변함없이 살아 있었다.


호기심도 유별나다. 골목길의 냄새, 사람들의 대화, 무리의 웃음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며 끼어든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한참 킁킁대고 서성일 때면 민망하기도 하다. 다투는 소리를 쫓아 나를 질질 끌고 가 한참을 서 있는 바람에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적도 있었다. 얄밉다가도, 결국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종대였다.


“만져봐도 돼요?” 낯선 인연이 종대를 통해 말을 건넨다. 잠시 쓰다듬는 사이 오가는 대화 속에서 모르는 얼굴들이 어느새 오래된 인연처럼 느껴진다. "종대 괜찮아요?", “왜 이렇게 잘 달려요?”, "나이가 좀 들었나 봐요." 서로 이름조차 모르지만, 같이 걱정하고 웃는다. 5년을 살아도 인사 한마디 없던 동네 사람들과 종대 덕분에 이웃이 되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작은 인연들이 내 삶의 결을 바꿔놓았다.


직장에 매달려 살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하던 풍경이다. 끝을 알 수 없던 술자리 대신 아파트 헬스장에서 만난 언니들과 운동하고, 교회에서 교인들과 성가대와 밥 봉사를 한다. 닫혀있던 울타리는 종대의 발자국을 따라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어쩌면 종대는 산책과 달리기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지도 모른다. 병원에서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야외 놀이터에서 실컷 뛰고 난 뒤 기적처럼 회복했으니까. 나보다 더 사람과 생활을 좋아하는 종대에게 산책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고 싶다'는 마음을 밝혀주는 등불이었다.


종대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 보면 깨닫는다. 언뜻 똑같아 보이는 길에도, 여전히 알 수 없는 풍경이 숨어 있다는 것을. 오늘의 산책길에서 나는 더 깊고 새로운 세상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삶은 그런 우연의 연속일 것이다.


아직 닿지 못한 무언가가, 저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다다다다닥, 오늘도 종대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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