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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선물 Sep 11. 2022

취미(趣美), 하고 싶은 것 나중으로 미루지 말자

슬기로운 선생님 생활

취미(趣美):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취미활동은 퇴직 후에만 하나요? 지금 하면 안 되나요?


명예퇴직을 한 선생님들이 주로 하는 것은 범생이들 답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다.  배우려고 맘을 먹으니 동네 행정복지센터의 프로그램이나 학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우쿨렐레, 사진, 요리, 유화, 수채화, 수영, 퀼트, 뜨개질 등 너무 많다. 작년에 명퇴하신 옆집 김샘은 수영, 사진, 빵 만들기, 골프,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 가족들이 출근도 하기 전인 아침 7시부터 수영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얼마 전 부부모임에서 만난 김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왜 김샘은 현직에 있을 때 취미활동을 하시지 않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이어리에 적어봤다.

1. 꽃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니 사진 잘 찍기

2. 늘 100돌이인 골프 실력을 레슨으로 90타 안정적으로 치기

3. 한 달에 두 번 국내여행과 80살까지 30개국  해외여행하기



첫째, 사진을 잘 찍고 싶다!

사진을 잘 찍기로 마음먹고 유튜브로 삼성 휴대폰 사진 찍기 몇 가지 팁을 익히고, 사진 찍는 법에 관한 책을 딱 한 권이지만 사서 읽고 깨달았다. 뭐니 뭐니 해도 사진의 꽃은 멋진 비율이라는 것을!

옥이 샘 작품, 하트 그린과 산, 하늘의 배율이 예술!

요 사진은 새벽에 골프장에서 정말 운으로 찍은 사진이다.

멀리 보이는 7부능선과 하트 그린이 제법 일류 사진사가 찍은 듯 구도도 그럴싸하다.

자세히 보면  그린을 수선해주시는 무심한 듯한 아주머님 모습이 이 사진의 숨은 매력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수화 같은 사진이다.

찍을 대상을 놓고 구도를 생각하고 셔터를 누르니 내가 봐도 예술 사진이 나왔다.  우리 동네 지인들 사이에서 나는 사진 잘 찍는 사람이 되었다. 채 2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했을 뿐인데 나의 숨은 재능을 찾았다.(나만의 착각일 수도)

특히, 하늘 사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들이 있다. 내가 고흐가 된 듯하다.


비가 오는 날 남편이 가꾸는 주말 농장에서 찍었다. 너무 싱싱해서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이 사진은 우리 집 냉장고 한가운데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인지 대충 찍는데도 예술 작품이 된다. 이건 자연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공기와 햇빛, 자연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준 것이기에 카메라 기술만으로 된 것은 분명 아니다.

 카메라의 과학기술과 자연의 오묘한 색들의 향연, 그리고 나의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의 시간들이 하나가 되어 예술 같은 사진이 탄생하고 나는 사진작가가 된다.


 이 사진들을 수업시간에 활용할 때마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탄성을 지른다.      

그럼 또 난 위대한 사진작가가 된 양 으스대며 아이들을 웃긴다.      

“이런 사진 보여주는 선생님 우리나라에 몇 안 된다. 너희는 엄청 행운인 줄 알아!!”

학부모님께서  보내주신 가을 하늘

자주 사진을 보여주니 아이들도 가끔 꽃 사진, 동물 사진, 하늘의 구름 사진을 자기가 찍었다고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아주 가끔은 어머님들도 사진을 보내주신다.   

시누, 울산 바다 '일몰'

바닷가에 사시는 시댁 형님께 잘 가꾼 집 정원과 다육이 사진 보내달랬더니 노을 비친 바다 사진을 보내왔다.

찰라의  마술이   담긴 사진으로 우리들은  하나가 되기도 한다.

후배 이샘이 내가 작년 12월까지  살았던 동네 어제,저녁노을 사진을 보내면서   "고흐가 따로 없지요?"라고 말했다. 그렇지. 그 어떤 화가도 이런 색을 표현 못하겠지.



<평균 90타 치고 싶다!>

***골프채 잡은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구력으론 싱글을 쳐도 몇 번 쳤어야 하고, 홀인원도 몇 번을 했을 세월이다.  연습도 안 하고 한 달에 겨우 한번정도 라운딩하는 나의 실력은 구력 1년 차와 비슷하다.


사업을 하는 친정 오빠부부와 연습벌레 남편 등은 모두 싱글이다. 연중행사로 가는 가족 골프모임에서 민폐녀가 된 지 오래다. 처음에는 기대주라고, 부잣집에 태어났으면 '박세리'가 되었을 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작은 오빠도 이젠 포기한 눈치다. 큰 맘먹고 작년에 다시 골프 레슨을 시작했다. 그러나 레슨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거실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어깨 인대가 끊어져 6개월동안 골프채를 잡을 수 없었다.

다시 골프 치기 좋은 9월! 안정적인 보기플레이 90타를 치기 위해  다시 프로님께 카톡을 보냈다.


나: "프로님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레슨 가능할까요,?"

프로님: 레슨이 다 잡혀있어서 담주에 뵐까요?

나: 그럼 수요일은 시간 있으세요?

프로님: 6시에 시간 됩니다.

나: 감사합니다. 내일 봬요~


퇴직까지 7년 남았으니  끈기 있게 레슨 받고 연습하면 '폼도 멋진 골프 잘 치는 옥이 샘'이 되겠죠?


또 골프를 잘 치려면 골프장에 많이 가야한다. 돈이 아까워서 1달에 1번도 안가는 지금의 태도는 100돌이의 태도다. 사실 나같은 월급쟁이는 한 달에 한 번 가는 골프비도 부담스럽다. 특히 우리 세대는 집부터 사야하고, 아이들 둘은 낳고 길러 대학도 보내야 하고, 알뜰살뜰 저축도 해야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처럼 하고싶은 일부터 하지 못한다.

어제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18일 일요일 '일죽 썬벨리'에서 골프칠래?"

무조건 "OK이지."

친구네는 무기명 4인 회원권이 있어서 같이 가면 골프비가 반값도 안된다. 그러니 라운딩 제안이 오면 우리 부부 사전에 거절은 없다.

물론 공무원이기 때문에 부킹예약만 된다면 천안상록과 여주 소피아그린에서 일반골프장보다 싸게 칠 수 있다. 어떤 동료샘 남편은 줍줍으로 한달에 2번 이상 천안상록 부킹을 한다고 했다. 자영업을 해서 시간이 많아 부킹에 성공하겠지만, 신경쓰면 나도 못할 것이 없을 듯하다.


안정적으로 90타를 치고 싶다면 골프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한달에 2번이라도 골프장에 가야 실력이 늘지. 아니면 아침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는 아저씨처럼 공 10개와 퍼터로 인조잔디장에서 연습을 매일 해야겠지. 운동장 오른쪽은 아저씨, 왼쪽은 내가 퍼터연습을 하는 쑥쓰러운 상상을 한다.


<여행 다니고 싶다! 왜 못해? 생각을 바꿔!>

***나이 50이 넘으니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조금 생겼다. 다들 비슷한 지 못 만나던 동창들에게서 가끔 연락이 온다. 다들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둘째 언니와 나는 사실 친구처럼 매일 전화와 카톡으로 일상을 주고받는 사이인데 2019년부터 1년에 해외여행 2곳씩 같이 가기로 계획했다. 그 첫 번째로 2019년 1월 하와이 여행을 했으나 코로나가 발생하며 3년째 해외여행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제 3년이 되어가고 코로나가 조금 줄어들고 있으니 다리 성할 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2년 4월 6일 언니의 시아버님이 전염병 감염으로 폐렴이 와서 3일 만에 돌아가셨다. 미국에 살고 있던 언니 부부는 아버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오셨다. 온 김에 건강검진을 받고 싶다고 해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언니는 '갑상선 암'이 발견되어 6월에 수술을 했다. 2달 동안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이 없다는 것을, 미래는 우리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떠나야 한다는 것을"


수술을 앞두고 걱정을 덜기 위해 언니 부부와 우리는 주말마다 많은 곳을 다녔다.

2달 동안 다닌 장소- 태안 천리포수목원, 팔봉산, 북한산, 인왕산, 남한산성, 바라산, 의왕저수지, 율동공원, 영장산, 안성 미리내 성지, 감곡 매괴성당, 의왕 하우현성당 등등.....


언니가 수술을 마치고 미국집으로 돌아가자 나는 주말 아침이 되면 집안일을 정리하고 책 1권과 물이 든 가방을 메고 '똘란 TV'가 추천하는 곳으로 혼자, 때론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6월부터 내가 간 장소- 용인 장옥진 생가, 남한산성 코스별 5회 등산, 서울 청운 문학도서관, 북악산, 일원동 교수마을, 현대미술관, 유영국 전시관, 수원화성, 파주 허브농원, 용양봉 저정공원, 화성시 식물원, 경전철 타고 이천 가기, 이천 이진 상회 등등......

유튜버들이 소개하는 곳을 많이 다녔는데 의외로 숨은 진주 같은 여행지를 만나 무척 기뻤다. 특히 서울 용양봉 저정공원은 아침 7시에 혼자 갔는데, 여의도 한강을 바로 눈앞에 두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다 왔다. 탁 트인 한강에서 불어 오던 바람 맛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어떤 해외여행도 부럽지가 않았다.

2022년은 혼자 하는 여행을 시작한 역사적인 해이다. 여행을 남편이나 다른 사람과 꼭 함께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리니,  '사색'할 시간도 생기고 여행의 또 다른 '맛'을 느낀다.


우리 집을 사주신 웰컴 부동산 남자 사장님은 공무원 퇴직 후 부인이 하시는 부동산에 출근하게 되었다. 퇴직했는데 또 좁은 사무실에서 부인과 하루 종일 있어야 하니 답답했다. 그래서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하셨단다. 여름에는 새벽 5시, 가을부터는 6시에 국립공원, 역사유적지(일찍 가면 입장료도 무료)로 혼자 가셨다 부동산으로 9시에 출근하신다고 했다. 그랬더니 퇴직한 느낌이 들었다. 내친김에 손님이 뜸한 2시~4시까지는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하는 협상을 사모님과 해서 매일 2시면 책과의 여행을 떠나신다. 주말에는 사모님과 장거리 여행을 다니신다. 1박 2일 때론 2박 3일!

난 부동산 사장님 부부에게서 때론 같이, 또 때론 혼자 여행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 혼자 서울여행을 간 날은 떨렸다. 운전도 걱정되고, 두근두근거렸다. 2번째 여행 갈 때부터는 '자유' 그 자체였다.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너'를 신경 안 써도 되는 혼자만의 국내여행 너~무 좋다.


올겨울에는 딸과 프랑스로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3년 1월 13일 출국해서 23일에 돌아올 예정인데 미술을 전공한 딸이 미술관 3곳과 루브르 박물관을 3번 가고 싶단다. 마침 파리 빅세일 기간이어서 백화점 쇼핑도 하루 넣어서 일정을 짜고 있다. 딱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행으로.


그리고 진짜 하고싶은 내 인생의 여행 계획은 또 있다. 내년에 1년 동안 자율 휴직(비록 무급이지만 선생님들이 재직기간 중 딱 1번 쓸 수 있는 휴직제도로 해외여행도 가능함)을 하고 언니와 해외여행 30개국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완성은 80살까지 넉넉하게). 2023년 1월 말에 남편과 미국으로 가서 한 달을 여행하고, 다시 3월부터 오롯이 '여행을 위한 1년 자율 휴직'을 시작할 것이다.

집을 장만하느라 받은 대출 이자가 최근 자꾸 늘어 맘이 편하진 않다.

그렇지만 집 장만하느라, 자식 키우느라 반평생을 보냈으니 나에게 1년 정도는 선물해도 되지 않을까?

니체가 말했다.  "오늘을 춤추듯 어린아이처럼 살아라!"


"언니, 딱 기다려. 내년에 내가 시간을 언니에게 선물할게. 우리 자매 여행 떠나는 거야!" 나의 전화를 받고 언니는 신이 났다. 가고 싶은 나라들이 카톡으로 계속 날아오고 있다.


<하고 싶은 일 지금 하는 선생님>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적기

-주 1~2회 레슨 받기

-무료강의(경기도 평생교육원  GSEEk) 하루 15분 듣기

-5년 이상 꾸준히 계속하기


내일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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