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아침 지인이 보내준 시를 읽다가 엄마 생각을 했어요. 내년에 망설이고 미뤘던 엄마를 돌보겠다는 휴직계획, 내 거창한 계획이 허공에 별가루가 되어 흩어졌음을 깨달아요. 그 많던 토요일, 일요일에 전 무얼 하고 엄말 외롭게 해 드렸을까요?
망설이다가
유병록 움직이면서도 늘 그 자리인 그네처럼 흔들리다가 봄은 가고 여름이 와요 그 여름에 당신은 없어요 망설이지 말라고 말해주는 당신은 없어요 나는 또 그네에 앉아 가만히 있어요 망설이는 건 자꾸 멍청이 같아서 사람을 놓치고 기회가 지나갈 때까지 머뭇거리고 사랑을 빼앗기지만 망설이는 건 가끔 설탕처럼 달아서 걱정도 사라지고 후회도 멀어지고 저절로 많은 일이 없어지고 그네에 앉아서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내가 무엇을 망설이는지도 모르다가 가을이 올 거예요 그 가을에 당신은 없을 거예요 망설이지 말라고 말해주는 당신은 없을 거예요 우리 무관한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그네와 나만 흔들리고 있을 거예요.
오후엔 한 선생님이 빌려준 책을 돌려주며 이 기도문을 주시네요. 주님께서는 부모를 효도로 공경하며 은혜를 갚으라 하셨는데 전 공경과 은혜 갚는 것도 다 안 했다는 후회만 하네요. 하지만 언제나 화목하게 사랑하며 살겠노라 다짐해 봅니다. 큰언니 용돈도 자동이체 시킬게요. 엄마, 우리 오 남매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제가 오작교가 될게요.
엄마! 다시 부를 수 없는 단어가 되었네요. 엄마가 살아 계실 때 이리 따뜻하고 포근한 낱말이었음을 왜 상상도 못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