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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동안남 Jan 21. 2023

7편 : 사첼 페이지, 최고의 흑인 메이저리그 투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최강의 흑인 메이저리그 투수


사첼 페이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런데 야구를 좀 오래 보거나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대부분 저분 레전드가 아닌 신으로 추앙받아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정받는 투수라고 말할 것이다. 사첼 페이지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이길래 21세기인 지금까지 회자가 되는 것일까?


이 분은 1906년 생이다. 흑인 선수이다. 뭔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당시 미국은 인종차별이 극심했다. 굳이 말하지 않을 정도의 극심한 인종차별... 수십 년이 지난 1960년대까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인종차별을 극복하고자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인종차별.. 1900년대 초는 아마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였을 것이다. 사첼 페이지도 어찌 보면 흑인이라는 차별에서 메이저리그가 아닌 니그로리그 즉 흑인 선수들만이 뛰는 곳에서 대부분을 보낸다.


그런데, 이 선수의 기록이 장난이 아니다. 2000경기 이상을 뛰었는데, 2000승 300 완봉승 30000 탈삼진 55번의 노히트노런... 이게 사람인가? 아니면 괴물인가? 20년 동안 니그로리그와 중남미리그에서 뛰면서 거둔 추측된 성적이다. 물론 정확도는 약간 낮더라도.. 신뢰 수준 80~90퍼센트에 의거해도 1600경기 이상에 1600승. 240 완봉승. 24000개 삼진과 44번의 노히트노런이 최소한의 성적이 된다.. 오차가 있음에도 이 정도면 사람이 아니다.


참으로 비운의 선수이자 또 비운의 선수였다. 강철 같은 체력과 철저한 멘털. 타고난 승부기질과 근성... 인간이 아닌 신이 내린 축복 같은 신체와 마음을 받았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는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기회는 왔으니...


1948년.... 재키 로빈슨이 1947년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데뷔한 이후, 6번째로 흑인선수이자 아메리칸리그 최초의 흑인선수로 등록된 것이다. 나이는 무려 42세... 42세면 은퇴를 하고도 남는 나이이다. 특히나 1940년 대면.. 의학과 스포츠 관련 기술이 부족한 시기... 그런데 42세에 데뷔라는 것은 말 그대로 관중들에게 쇼를 보여주는 말 그대로 사첼 페이지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당시 42세의 사첼 페이지가 던진 구속... 145km이다..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은가? 이 구속이 42세라는 나이에 나온다는 것은 정말 상상 이상의 기록인 것이다. 거짓이 아닌 사실이다.


클리블랜드에 데뷔한 그... 경기를 보러 온 관중은 꽉 차다 못해 대박을 쳤다. 그리고 그는 1948년 데뷔 첫해에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6승을 거두고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하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해에 월드시리즈도 우승해서 최초의 월드시리즈를 차지한 흑인 선수라는 기록도 남긴다.


1952년... 그러니까 46세... 그럼에도 12승을 거두고 평균자책점 3점대 초반을 기록하고, 최초의 최고령 완투승까지 기록한다. 와... 놀랍지 않은가? 이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더욱 놀라운 사건은 또 나온다.


1953년 그는 은퇴를 한다. 47세... 그 후, 시간이 흘러 1965년에 다시 그는 메이저리그에 투수로서 데뷔한다. 왜 그랬을까?


메이저리그는 선수가 은퇴를 하고 일정 기준을 넘으면 연금을 지급한다. 이 연금을 받는 것은 그만큼 해당 선수가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참고로 박찬호 선수가 추후 받는 연금이 3억이라고 한다..


다시 이야기로 넘어가서 사첼 페이지가 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마운드에 선 이유는 바로 연금 조건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3이닝을 채워야 했다. 그로 인해 그는 1965년 다시 등판해서 3이닝 무실점이라는 또다시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남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간다.


다시 시간이 흘러 연금법이 또 바뀌어 제외되는 상황이 오자.. 1968년 다시 그는 마운드에서 던지려고 했으나 건강을 위해 커미셔너가 막았다고 한다. 1969년 다시 연금법이 개정되어 그는 대상자가 되었고, 연금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그와 뛰었던 선수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던진 공을 보고 내 공은 어린애 수준이었다. 참고로 이 말을 한 선수는 디지 딘으로 통산 150승을 거두었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선수이다. 베이브 루스는 그의 투구에 삼진을 당할까 봐 경기에 뛰지 않겠다고 핑계를 댔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으며, 56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조 디마지오는 그에게 1안타를 친 사실을 자랑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1971년 그는 최초로 니그로리그 선수 중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명예의 전당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중요하고, 모든 팬들과 기자단에게 모범을 보여야만이 입성할 수 있는 아주 명예스러운 훈장과 같은 곳이다. 그러니 짧은 기간과 백전노장의 나이임에도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첼 페이지는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 바로 '나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나이에 민감한데... 오죽했을까? 주변에서 그의 나이에 대한 집착과 같은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나이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야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늙어버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나이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당신이 되길 바라는 나이를 생각해 보아라. 그것이 바로 당신의 나이다.'


이 2가지의 명언을 남기며 그는 불세출의 흑인 야구선수로 남게 된다. 현재의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은 흑인 선수들이 많다. 재키 로빈슨이나 사첼 페이지 같은 분들의 활약이 없었거나 그 극심한 인종 차별에서 정당한 실력과 올바른 인성이 있었기에 현재 그들이 뛰고 있는 것이다. 사첼 페이지라는 인물을 탐구하며 느낀 것은 나이는 정말 사람에게 주어진 징표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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