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드는 시간

9월 어느 맑은 날에

by 한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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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물감을 쏟아낸 듯

맑은 하늘은

흰 솜털 구름을 풀어놓고

부푼 꿈을 뽐낸다


아직 남아 있는 녹음은

초록의 심지가 반짝거리지만

그 위로 스치듯 내려앉는 햇살이

노란 물감을 조금씩 풀어낸다


여름의 에어컨과 선풍기 같은

가짜 바람이 아닌

향기와 공기를 실은

진짜 바람이 불어온다


아, 이게 가을이구나—


내 마음도

조금씩,

그 바람을 따라

물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