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끝자락, 나는 비로소 이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을 다시 틀어보았다.
처음에는 선율을 따라가려 했으나, 어느샌가 노래보다 그때의 내가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기록의 시작은 단순했다. 그저 좋아하는 노래들로 이 시린 계절을 채워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매일 한 쪽씩 마음을 적어 내려가며 깨달았다. 이것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차마 말하지 못해 노래 뒤에 숨겨두었던 나 자신의 고백이었음을.
어떤 날은 한 소절의 가사가 나를 잊혀진 계절로 데려갔고, 어떤 날은 무심한 멜로디가 도망치고 싶던 오늘의 나를 붙잡아주었다. 음악은 단 한 번도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감정으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않게는 해주었다.
스물세 번의 밤을 지나오며 나는 배웠다. 조금 덜 서둘러도 괜찮다는 것을. 모든 것을 확신하려 애쓰지 않아도 우리에겐 다음 곡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설명하지 못한 감정이 고여 있고, 끝내 매듭짓지 못한 관계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미완성의 여백들까지 포함해서 이 겨울은 나에게 충분히 다정했다.
이제 이 플레이리스트를 멈추려 한다. 더 이상 노래에 기대어 나의 하루를 변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음악이 남기고 간 온기를 등불 삼아, 다시 나의 일상으로 걸어 들어갈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어준 당신에게도 이 겨울이 조금은 덜 차갑게 흘러갔기를 바란다. 거창한 위로나 정답은 아닐지라도,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 하나쯤 건넸다면 그것으로 나의 겨울은 완성되었다.
나는 이제 이 겨울을 지나, 조금 달라진 보폭으로 다시 나 자신을 향해 걷는다.
이어폰을 빼면 비로소 들려오는 소음들. 노래는 멈췄지만 삶은 계속되고, 그 정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노래는 멈췄지만, 그 밤들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