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23.
다 치운 다음에도 남아 있는

by 한서진


화려한 불꽃이 꺼지고
사람들이 떠난 빈 거실에는
부서진 색종이 조각과
식어버린 찻잔만이 남았다


파티가 끝나고
모두가 돌아간 뒤의 이 정적이
오히려 우리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나는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도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는다


그저
어지러운 바닥을 쓸어내고
빈 의자를 정돈하며
자연스럽게 네 이름을 떠올렸을 뿐이다


새해의 첫 공기는 차갑지만
내 곁에 남은 사람은
가장 뜨거운 순간을 함께한 이가 아니라
먼지가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도
함께 빗자루를 들어줄 사람이라는 것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여기 남아 있는 너를 보며


나는 조용히
나의 계절을
너에게로 기울인다


From: 소란이 끝난 뒤에 비로소 보이는 이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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