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21. 숨을 고르는 밤

by 한서진

나는 너를 부르기 위해
입을 연 것이 아니다


막혀 있던 숨을
한 번 뱉어내고 싶었을 뿐이다


방 안의 불을 끄면
비로소 내 몸의 높이가 느껴지고
나는 그제야
얼마나 가쁘게 달려왔는지
어둠 속에서 가만히 듣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가끔 산소보다 무거워서
너의 곁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자주 질식하곤 했다


아무도 듣지 않는 고요 속에
낮게 뱉어내는 이 말들은
너를 향한 원망이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호흡이다


오늘 밤은 너의 온도를 구하기보다
내 안의 서늘한 공기를
가만히 정돈하려 한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으니
잠시만
숨을 쉴 수 있는 만큼의 거리


딱 그만큼만 나를 놓아주기로 한다


From: 무거웠던 이름을 내려놓고 비로소 숨 쉬는 밤에서



keyword
이전 21화Track #20. 사라진 건 사람이지 빛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