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 있던 봄

by 한서진


그날
벚꽃 아래에 서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무언가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말을 꺼내려다
끝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입이었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끝내 닿지 않아
떨어지는 모습만 보았고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떨어지는 것들을 두고
계속 앞으로 가야 했던
발걸음이었습니다


그해 봄은
이미 끝나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시작도 아닌 상태로


서로를 스쳐가던
잠깐의 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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