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 균열과 화해의 순간
2017년 11월 대학생 시절에 쓴 단편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의 첫 시작은 한 장 짜리 글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엄마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일까? 모르는 것은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과거에 읽었던 신경숙 선생님의 <엄마를 부탁해>를 떠올리면서 짧은 글로 끝나는 게 아쉬워서 과제를 제출할 겸 쓰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지만 글을 쓰면서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친구나 회사 동료 등의 인간관계에서는 생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항상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소설을 다시 수정하면서 과거의 내가 보였던 치기 어린 모습들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이해되는 것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복잡해지고 때로는 아프기도 합니다. 자식들은 자라서 독립하고 부모님은 늙어가시고 우리가 생각했던 완벽한 가족의 모습은 점점 흐려져갑니다.
초기 제목은 <마마>였습니다. 하지만 글을 완성하고 보니 이 이야기는 단순히 '엄마'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동생들, 그리고 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고 그래서 <가족사진>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 5명의 식구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에 멈춰있는 우리의 모습처럼 이 소설도 우리 가족의 한 순간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가족은 없습니다. 오히려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사랑스럽고 부족하기 때문에 더 그리운 것이 가족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실망을 안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는 것이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한 순간만을 담으려 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어떨까요? 엄마의 사진첩에는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지 못했던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엄마'라는 존재 이면의 '한 여자'로서의 삶이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누나라는 존재는 실제로 저에게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습니다. 가족 내에서 어른의 역할을 대신하는 자녀와 그로 인한 상처와 장녀의 책임감. 이런 복잡한 감정들을 글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가족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이 글을 수정하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자식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식들은 부모님의 침묵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소통하려 노력합니다.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이 소설의 결말을 쓸 때 완벽한 화해나 극적인 반전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가족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때로는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이해하려 하고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사랑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와 아버지의 화해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소설은 제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부모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그리고 그 사랑이 때로는 얼마나 서툴게 표현되는지를 이제야 알게 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족만큼 복잡하고도 단순한 관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피할 수 없지만 피하고 싶고 사랑하지만 미워하고... 이해하고 싶지만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모순적인 감정들이 모여 우리의 가족을 만듭니다. 이 소설이 여러분들에게 그런 복잡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진 요즘입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하고 불안하고 당황스럽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서 소설을 시작한 만큼 제 글을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글과 다른 내용으로 찾아뵐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2024년 1월 11일
게임기획자/작가 지망생 한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