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수풀로 가려졌던
계속 그랬어야 마땅한
달걀같은 정수리가 엿보이고
반짝이는 연식이 되어서야
‘시 창작반’ 수강을 신청했다.
가죽을 남길 호랑이 주제도
이름을 남길 사람 축에는 들까 하는
아등바등 발버둥친 이내 인생도
글 몇 가닥 꿰 보고픈 욕심 정도는.
무엇을 써 보고
어떻게 끄적일까
이런 것도 시랍시고
어줍잖은 개폼일까.
마침표는 쓸지 말지
어디에 쉼표를 찍을 줄도 모르는데
아니, 그 전에
남의 시를 맛 보고 곱씹는 연습이 먼저일까.
아니, 그것도 전에
나는 지금껏
잎새에 이는 바람에
몇 천 번, 몇 만 번이나 괴로워하고
하늘을 우러르며 살아 왔던가.
무성한 수풀이 막아줬던
계속 그랬어야 마땅한
별 처럼 반짝이는 정수리에 스치는 바람이
서늘한 오늘밤이다.
---- 2024-04-01
사진: Unsplash의Greg Rakoz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