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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랍시고

째깍

by 단빛


이제는 빛바랜

편지 뭉치와 함께

깊숙이 묻어 뒀던


다신 꺼내 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도

차마

버리진 못했던


맨 아래 서랍 구석에 처박아 두곤

있는지조차 잊어버렸던, 아니

잊어야 했던


한여름 낮 모래사장처럼 뜨거웠다가

한겨울 밤 버려진 연탄재처럼 차갑게 식었던


손목시계

그 수많은 기어와 스프링에 묻힌 심장에서

소리가 났다

“째깍!”


너, 아직도

거기 있었구나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그저 내가

잊었던 거구나


그때 그 시절에 멈춰 있는 시곗바늘

용두를 돌려 시간을 맞춰야 할까

태엽을 감아 다시금

천천히 걸어 볼까


한 줄 깊이 팬 시계 유리창 속

초침이 흔들린다


[2015-01-27]



chai-chai-R1XoJErPB_A-unsplash.jpg 사진: Unsplash 의 chai 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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