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이지만,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거기 **제약, **처방 한방과립으로 있어요?"
-음, 그 처방은 제가 파악하기로 한방과립으로 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거 A 제약사에서 나오는 걸로 아는데요?"
살짝 놀란다.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처방도 아니고, 제약회사도 아니다.
나름 한방과립은 꿰고 있다고 자부하는데, A회사에서 나온다고?
-제가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괜찮으세요?-
알아보니, 몇 년 전 나왔다가 지금은 나오지 않는 처방이다.
"그럼, B제약사에서 나오는지 한 번만 알아봐 주실래요?"
-이 사람 뭐지?-
한참 이런저런 질문과 대답이 오가다가 한약국에 오셨다.
-혹시 한약사세요? 아님 중의사?-
한국에서 영업을 할 수 없는 중의사나, 쉬고 있는 한약사들을 몇 번 상대해 본 적이 있어서 물었다.
"아니요. 제가 좀 진상이죠?" 훅 치고 들어오는 그녀의 강렬하고 솔직한 질문에 당황한다.
"제가 한의원, 병원, 약국 이런데 하도 데어서, 한약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처방도 제가 혼자서 알아보고 식구들 먹여요~그 덕에 우리 남편도 애들도 많이 고쳤어요"
남편의 고질병과 아이들의 질환을 본인이 치료 중이시라는 말에 놀라기도 하고, 조선시대 유의가 생각이 났다. (유의儒醫:유학자로서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술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의 총칭.) 유명하다는 곳 여기저기 다녔는데 치료는 안되고, 돈만 많이 들고 고생을 하도 해서 본인이 직접 침도 공부하고, 한약공부도 해서 식구들을 챙기신단다. 예전엔 의학이 상류층에겐 필수상식이라, 유의들이 식구들 병을 고친 사례도 흔하고 많았는데 이 분을 보고 있으니 그게 생각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본인 이야기를 들어주고, 존중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난 오히려 이런 분들의 솔직함이 반갑다. 본인이 아는 만큼 물어보시면 나도 아는 만큼 이야기해 드리면 되고, 한약을 아예 터부시 하는 분들보다 더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
식구들 건강을 챙기는데서 시작했지만, 혼자서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대단하시다 말씀드렸다. 한약을 공부하는 일반인을 만나게 돼서 반갑고 좋았으나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양방이든 한방이든 완벽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또 전문가들의 역량에 따라 환자를 고생시키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더불어 같이 미안해진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한약사한테 질렸어요. 한약에 데었어요~'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강일동의 숨은 고수가 하루빨리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난 흔들리는 하수이다. 그래도 스스로 하수임을 알고 있으니, 얼마나 지혜로운가 하며 구석에 있는 나를 끄집어 위로해 본다. 소크라테스가 날 보면 '무지의 지'를 아는 사람이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이제 하수는 그만하고, 중수로 진출하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