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고향으로 가는 길 서울역에서 KTX를 기다리며 잠깐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하는 펭귄영상을 보게 되었다. 보면서 생각하기를 같은 지구지만 또 다른 곳에서 수많은 무리의 생명체들이 무리 지어 살아가는 모습들이 신기했다. 영상에서 나오는 펭귄은 종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중 새끼 같이 보이는 것이 카메라가 신기한지 다가와 유심히 관찰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아기가 처음 세상에 나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신기한지 돌아다니는 모습과 유사해 보였다. 그 영상을 바라보다가 친구 생각이 났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내었던 경수 그 친구는 잘 지낼까? 우연히 카카오톡에 경수의 사진이 바뀐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궁금한 나머지 연락을 바로 했다.
“경수야 잘 지내지? 요즘 어떻게 지내?”
시간이 몇 분이 흘렀을까 2분도 안되어서 답이 왔다.
“어 잘 지내지 오랜만이다? 한동안 연락 없더니 웬일이야?”
답이 오고 나서 나는 무슨 말을 할지 고민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할지 그때 나의 상황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상태였다. 쉽게 이야기하면 친구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줄 상황은 아니었다.
“나야 뭐 졸업하고 취업준비 중이지 너는 요즘 별일 없지?”
“나도 뭐 취업준비 중이야 우리 통화로 이야기 할까?”
나는 서둘러 기차역을 빠져나와 조용한 곳에서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통화를 했지만 그 친구 경수의 목소리는 항상 저음에 목이 마른 목소리가 고등학교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한참 통화를 했고 기차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짐을 들고 기차에 올랐다. 기차 안에서 밖의 풍경은 밝았다. 한강을 지날 때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을 바라보며 잠시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게 되었다. 사실 피곤하지만 자는 것보다 그때 일들은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 어차피 3시간 걸리기 때문에 잠은 나중에 자면 되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고 있던 고등학교는 특목고로 예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미술을 전공을 했고 친한 친구 경수는 음악을 전공했다. 그때 같은 전공을 하던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보다 타 전공의 아이들하고 자주 놀았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고 그들만의 개성이 뚜렷한 모습들이 뭔가 나를 이끌기도 하고 여러 방면에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주로 음악실에서 놀았다. 그때 경수 친구인 태경이 와도 친하게 지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견의 다툼으로 태경과는 멀어졌다. 그 대신 새로운 친구와 친해졌는데 교실 맨 앞에 앉아있던 외국인 데이비드라는 아이와 새롭게 친구가 되었다. 보통은 내성적인 성격이라 먼저 다가가기보다 상대가 먼저 오길 바라지만 그러면 졸업할 때까지 모르는 사람으로 학교생활을 할까 봐 용기를 내어서 내가 먼저 다가갔다. 데이비드는 멀리서 보면 누가 봐도 한국사람 같지 않은 외모 눈과 눈썹이 뚜렷하고 피부는 하얀 모습이 영락없는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 처음 말을 걸었을 때 어색했지만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데이비드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부터 한국에 왔다고 한다. 아버지는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고 어머니는 독일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정말 이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신기했다. 어떻게 다른 나라사람과 만나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지 나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실례일 것 같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아침에 학교 일찍 가 피아노실에 갔었다. 그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고 항상 음악실 맨 끝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 방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음악은 신가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음과 다른 음이 만나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 소리를 매일 듣고 싶어 피아노실에 자주 갔었다. 그때마다 데이비드는 항상 피아노를 치고 있었고 나를 웃으면서 반겨 주었다. 그는 매일 피아노와 함께 했고 나도 그 모습이 좋았다. 갑자기 이야기를 나누다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데이비드 너는 어떤 음악가를 좋아해?”
“나는 라흐마니노프, 드뷔시를 좋아해”
“왜”
“그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특히 '드뷔시의 달빛'이라는 곡은 듣고 있으면 황홀해”
나는 이 아름답다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 그 친구의 눈빛 또 한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딱히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또 내가 하고 있는 미술은 너무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필로 똑같은 색으로 그림만 그리고 소리 또한 사각사각 말고는 아무런 정정만 흐르는 교실에 있다 보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마다 데이비드의 피아노 소리를 떠올렸고 지루한 학교 생활을 버텨왔다.
대학입시를 준비를 하다가 뜻하지 않게 재수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그날은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8월의 도서관은 시원하게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하는 열람실이라는 곳은 시원함 보다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무더운 공기를 이겨내고 있었다. 내부 냄새 또한 땀냄새와 어르신들의 삶이 담긴 향이 넘쳐 났었다. 한참 문제집을 풀고 있던 때 전화가 울려왔다. 사실 너무 더운 나머지 나가기 싫어 무시하려고 했지만 휴대폰에 익숙한 데이비드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그 친구의 목소리는 한결 같이 닳고 능글맞은 목소리였다. 데이비드는 항상 나를 부를 때 특이한 수식어를 붙여 나를 부른다.
“오 좀 생긴 상민 잘 지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데이비드는 영어를 하는 말투로 한국말을 해서 늘 어색하게 느껴졌다.
“데이비드 잘 지내지? 요즘 뭐 하고 지내?”
“나는 요즘 필리핀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이야”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스러운 나는 왜 갑자기 필리핀으로 가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필리핀? 왜?”
“아~ 너한테 말은 안 했구나 아는 친척이 여기 살아서 공부도 할 겸 필리핀에서 살고 있어”
자세히 들어보니 데이비드는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으로 필리핀으로 갔다고 한다. 한참 20살 대학에 들어와 연애도 하고 이런저런 한 학교 생활을 나에게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나는 말로는 정말 축하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내심 부러웠다. 나는 재수 생활 속에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친구는 같은 여름이지만 다른 열정적인 날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데이비드 잘 보내고 있구나 요즘 고민은 없어?”
“없지 다만 여자친구가 선물을 사달라고 하는데 무엇을 선물할지 고민이야”
“아 진짜? 하하 부럽네”
“상민 너는 연애 안 해?”
“나는 재수 생활 중이야 아직 연애는 못하고 공부 중이야”
“아~저런 그럼 내년에 대학을 가겠네? 가면 이야기 해줘”
“응... 알았어”
이렇게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다음 통화를 기약하며 마무리했다. 데이비드는 내가 안타까운지 ‘힘내’ 한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곧바로 아무 생각하지 않고 다시 공부를 하러 갔고 나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운 날은 그날로 마무리했다. 2013년에 대학 입학을 했고 한참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바다 근처에 있어 학교를 마치면 나는 항상 바다로 놀러 간다. 그때 데이비드가 살았던 아파트를 보며 그 당시를 추억하곤 했다.
고2 때 데이비드는 자기 생일이라고 나와 몇몇 아이들을 초대를 했다. 처음 집에 갔을 때 서양의 독특한 분위기를 상상했으나 실제로는 한국 가정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벽걸이 시계, 삼성 텔레비전, 김치냉장고 등 너무 평범해서 조금은 실망을 했다. 그렇지만 그의 집에는 고양이가 있었다 페르시안 고양이라고 털이 고급스럽게 움직일 때마다 흔들거렸고 눈동자 또한 사람 못지않게 뚜렷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그의 부모님께서 우리를 맞이해 주었고 그분들이 차려주신 음식들 고기와 채소를 볶아 특이한 소스를 넣어 만든 한국음식으로 치면 잡채 같은 것들과 수제 햄버거들 우리들은 그 음식들을 먹고 쉬었다가 노래방을 간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도 바다를 보러 가면 그 건물을 바라보며 데이비드집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한다. 대학교 3학년 되기 전에 군대 영장이 나왔고 한번 더 그와 전화를 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잘 지내지? 나는 학교 다니고 있어”
“오 좀 생긴 상민 잘 지내지? 너 대학교 갔어? 축하해”
“응 공부한 끝에 운 좋게 갔고 지금은 잠시 휴학할 것 같아”
“왜?”
“나 군대가”
우리의 통화는 몇 초간 정적이 흘렸고 데이비드는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았다.
“나 파주로 가 사단훈련소라고 꽤 먼 곳으로 가”
“아 그래? 그럼 가면 언제 전역이야?”
“한 2015년? 그전에 얼굴이라도 보면 좋을 텐데”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언제 한번 필리핀으로 와”
“응 알겠어 또 연락하자”
우리는 또다시 다음 통화를 기약하며 각자 삶을 열심히 살았다. 나는 군대를 가게 되었고 종종 데이비드랑 통화를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통화 수가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는 일 또한 사라져 갔다.
KTX를 타고 옛날 생각하느라 잠을 자는 것을 깜빡하고 어느덧 고향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나를 맞이했고 추위를 피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고향에 온 지 2일쯤 되던 날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다. 겨울 바다는 왠지 낭만 있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내려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곳을 가면 데이비드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