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며 드는 생각
이제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나이가 되었다. 세월은 참 빠르고 젊은 날의 기억은 세월 속에 묻혀서 흘러간다. 거울 속 주름진 얼굴에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세상 풍파를 겪으며 단단해진 흔적이라 생각하면 그리 실망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몸의 움직임이나 생각의 속도는 마음과 점점 격차를 벌린다. 하지만 젊었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잠시 작가를 꿈꿨지만 먹고 살기 바쁜 나날에 그 꿈은 희미해져 갔고 열정은 현실의 무게에 눌려 빛을 잃었다. 늘 마음 한구석에 빚을 진 듯 남아 있는 아쉬움을 간단한 메모나 몇 줄 되지도 않는 글로 남겨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은퇴할 나이를 넘기고 잠시 멍한 시간을 보내다 문득, 지난날 희미해져 갔던 나의 꿈에 다시 색을 입히고 내 안에 잠자던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 보고 싶어졌다.
언젠가 가입만 해 두었던 브런치의 문을 다시 열고 어색한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들을 풀어냈다. 처음엔 제대로 쓸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일단 시작하니 할 이야기가 많았다. 그동안 습작으로 써 놓은 50편의 짧은 글을 올렸다. 마치 보물 상자를 열듯 조심스럽게 꺼내 세상에 공개하는 기분이었다. 올리고 나니 고쳐야 할 곳이 군데군데 보였다. 괜찮다. 어차피 완벽한 글을 기대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초보 작가의 글에도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비록 소수이지만, 내 글을 읽어 주는 구독자가 5명, 링크로 보내 주면 읽는 독자가 4명이다. 그들은 나의 첫 독자이며 귀하고 감사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작은 관심이 나에게는 큰 용기와 힘이 된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나는 작가가 되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거나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은 더더욱 없다. 나에게 글쓰기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마음을 터 놓을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동반자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큰 기쁨이자 위안이다. 앞으로도 틈틈이 메모해 뒀던 글이나 머릿속에만 맴돌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꺼내어 볼 생각이다. 그것이 시, 소설, 에세이, 그 무엇이 되든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 누가 읽어주는지, 구독자가 몇 명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글을 쓰는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집중하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들을 잠시 잊고 오직 글에 집중하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된다.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했던 일들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글로 그림을 그린다. 글을 쓰면서 내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고 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미처 몰랐던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하고, 고마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기도 한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 자신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통로다.
보통 꿈이라면 미래의 시간을 떠올린다. 언젠가 이룰 목표나 달성할 성과를 꿈이라 부르곤 한다. 그러나 나에게 꿈은 현재다. 거창한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 것인지는 사소하지만 행복한 고민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꿈을 꾼다. 이 작은 일상들이 글의 소재가 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저녁이 되면 다시 글 속에 나를 담그는 시간이 된다. 평범했던 일상도 글쓰기라는 필터를 거치면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브런치는 나의 그 꿈을 표현하는 좋은 도구다. 그곳에서 나는 자유롭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펼쳐 보일 수 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잠시나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면 나는 이미 좋은 작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아도, 단 몇 문장이라도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오늘도 글쓰기라는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나 스스로를 껴안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