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랩

#007

by 이로


나는 머리를 빗다가 멈췄다.

거울 속 내가 늦게 움직였다.

아주 조금. 0.1초 정도.

다시 확인했다.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맞았다.

거울 속 나는 분명 늦게 따라 했다.

이상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울에서 눈을 뗐다.

그런데.

거울 속 나는 아직 나를 보고 있었다.

pic007.PNG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거울 속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이상했다.

차갑고 날카로웠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거울 속 나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웃고 있었다.

나는 웃지 않았는데.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을 잠갔다.

숨이 가빠졌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용기를 내서 다시 문을 열었다.

거울은 평범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안도하며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 나는 정확히 나를 따라 움직였다.

시차도 없었다.

꿈이었을까?

나는 손을 흔들어봤다.

완벽하게 같았다.

그때였다.

거울 밖 세상을 둘러봤다.

책상, 침대, 창문. 모든 게 좌우가 바뀌어 있었다.

나는 거울 속에 있었다.

저쪽에 있는 게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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