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내 룸메이트는 지독할 정도로 기척이 없습니다.
한 달 전, 나는 보증금을 아끼기 위해 이 낡은 빌라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옆 방에 사는 그녀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지 내가 퇴근하면
늘 방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가끔 문틈으로 비치는 희미한 불빛만이 그가 안에 있음을 알려줄 뿐이었죠.
불만은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화장실 바닥에는 항상 단발머리인 내가 떨어뜨리지 않은
긴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고,
부엌 찬장에서는 접시 위치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밤마다 벽 너머로 들리는
규칙적인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나를 미치게 했습니다.
마치 무거운 가구를 아주 조금씩 옮기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참다못한 나는 오늘 담판을 짓기로 했습니다.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사 들고 그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저기요, 우리 대화 좀 해요. 밤에 소음이 너무 심해요."
대답은 없었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손잡이를 돌렸습니다.
문은 의외로 힘없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방 안은 상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가구는커녕 침대조차 없었습니다.
그곳은 사람이 사는 방이 아니라, 곰팡이 핀 벽지와 텅 빈 바닥뿐인 창고였습니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던 그때, 등 뒤에서 집주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학생, 거기서 뭐 해?
거기는 학생이 들어 온 다음 날 나갔는데."
그 순간 벽장 천장 틈새 사이로 낯선 눈동자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