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문이 열려 있었다.
도둑이 든 것이 분명했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공포가 아니라 환희 때문이었다.
서둘러 안방 침대 밑을 확인했다.
그곳에 있던 검은 상자가 사라졌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웃었다.
그 상자는 버리려고 산속에 파묻어도 다음 날이면 침대 밑에 돌아와 있었다.
남에게 선물하면 그 사람이 죽어버리고 상자는 다시 돌아왔다.
오직 단 하나의 방법, 누군가 '탐욕'을 품고 몰래 훔쳐 가야만 주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밤마다 상자 속에서는 누군가 긁어대는 소리와 함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 때문에 10년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끝났다.
어떤 멍청한 도둑이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을 가져간 것이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정리했다.
이제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
집 앞 골목길 끝에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내 집 열쇠 꾸러미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상자는 잘 받았다. 덕분에 30년 만에 자유가 되었군."
그의 목소리는 상자 속에서 들리던 그 기분 나쁜 목소리와 똑같았다.
그는 열쇠를 바닥에 던지고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공포에 질려 다시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침대 밑을 보았다.
순간 굳어버리고 말았다.
도둑맞은 상자와 똑같이 생긴 상자가 열 개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휘갈겨 쓴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하나 가져가 줘서 고마워. 남은 건 네가 알아서 처리해’
주변을 둘러보니 창밖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각자 똑같은 상자를 하나씩 들고
우리 집 담벼락을 넘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도둑맞은 게 아니었다.
전 세계에 퍼진 저주를 떠맡을 '새로운 수거함'으로 선택된 것이었다.
나는 오늘 밤도 '탐욕'을 품고 몰래 훔쳐 갈 도둑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