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매일 아침, 나는 새로운 친구들의 명찰을 만들며 집을 나섭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차가운 정적으로 가득했습니다.
나는 외로움을 잊기 위해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월요일에는 정문 앞 소나무에 '듬직이'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화요일에는 편의점 옆 은행나무를 '노랑이'라고 불렀습니다.
수요일의 단풍나무는 '부끄럼쟁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매일 다른 나무를 골라 그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오늘은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어.",
"사실은 나도 친구랑 놀고 싶어."
내 이야기를 들은 나무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내 하굣길은 이제 수십 명의 친구가 기다리는 파티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목요일, 길 끝에 있는 작은 느티나무를 '키다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런데 나무 밑동에 내가 어제 '노랑이'에게 했던 고민에 대한 답장이 적힌 작은 돌멩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너는 충분히 멋진 아이야.'
다음 날, '부끄럼쟁이' 나무 아래에는 예쁜 꽃반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편지를 남겼습니다.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 나무 요정님, 당신은 누구신가요?'
드디어 길의 끝에서 '요정'을 만났습니다.
매일 내 뒤를 조용히 뒤따라오시던 청소부 할아버지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집게 대신 펜을 손에 쥐고 쑥스럽게 웃으셨습니다.
"나무들이 너를 너무 좋아하길래, 내가 대신 답장을 좀 적어봤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