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019

by 이로

아르헨티나의 뜨거운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저물고 있었습니다.

휴양도시 마르델플라타에서 보는 대서양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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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민 온 지 40년.

아내와 김씨는 열심히 일해서 지금의 부를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땅을 다시 밟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갑자기 죽었습니다.

늙은 김 씨는 낡은 식탁 앞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그의 앞에는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은제 찻잔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이 찻잔은 죽은 아내의 유일한 유품입니다.

아내는 소박하게 살았습니다.


김 씨는 매일 저녁 이 잔에 따뜻한 차를 따랐습니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온기는 마치 아내의 손길처럼 부드러웠습니다.

그는 찻잔을 어루만지며 아내와 나누었던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외로운 노인에게 이 시간은 유일한 위로이자 삶의 이유였습니다.

"오늘도 당신이 곁에 있는 것 같구려."

김 씨는 조심스럽게 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갔습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잠시 후, 식탁 위로 들었던 찻잔이 힘없이 떨어지고

흘러내린 차가 식탁의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찻잔 안쪽 바닥에는 아내가 남긴 마지막 글귀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었어. 이제 같이 가요.'

김 씨의 몸은 서서히 차갑게 식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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