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에

by 이로

요즘 카페는 도서관이야.

다들 공부하느라 조용하거든.

나도 전공 서적을 펼쳤어. 딱 한 장 읽었나?

옆 테이블에서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터졌어. 고개를 들어보니, 쉰이 넘어 보이는 아줌마 부대였지.

화려한 옷차림에 엄청 큰 목소리. 뭐랄까,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

여기가 카페인지 시장통인지 헷갈릴 정도였어.

슬쩍 쳐다보니, 한 아주머니가 폰을 들고 자랑 중이야.

"야, 이것 봐! 내가 어제 새로 산 폰인데, 인스타도 되고 유튜브도 된다? 대박이지?

"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어.

"어머, 정말? 내 폰은 그냥 전화만 되는데!"

다들 깔깔깔 웃음이 터졌지.

나는 웃음이 났어. '아, 저분들은 지금 2000년대 초반에 사시는구나.'

나한테 인스타, 유튜브는 그냥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건데. 저분들에겐 최신 문물인 거지.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는데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었어.

마치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 볼 때, 누군가는 흑백텔레비전으로 드라마 보는 느낌이랄까.


며칠 뒤, 나는 학교 축제 기획팀 회의에 들어갔어. 다들 아이디어를 쏟아냈지.

MZ세대답게 틱톡 챌린지, 메타버스 공연, AI 챗봇 상담 부스 같은 것들이 나왔어.

그런데 교수님 한 분이 뜬금없이 "사물놀이 공연은 어떨까?" 하시는 거야. 순간 정적이 흘렀지.

다들 얼굴에 '?'가 떠올랐어. 교수님은 혼자 열변을 토했어.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릴 좋은 기회잖아! 젊은 친구들도 분명 감동할 거야!"

나는 속으로 '아... 교수님은 지금 조선시대에서 오셨나?'라고 생각했어.

물론 사물놀이가 멋진 전통문화인 건 인정해.

하지만 2025년 대학 축제에서 그걸 보고 감동할 학생이 몇이나 될까?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

결국 다른 아이디어들이 채택되긴 했지만, 그 순간의 어색함은 잊을 수 없었어.


문득 카페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이 떠올랐어. 그리고 사물놀이 교수님도.

다들 같은 시대를 살고 있잖아.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뉴스를 보고, 같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지.

근데 생각하는 방식, 세상을 이해하는 틀은 너무 다른 거야.

마치 몇백 년씩 시차가 나는 사람들 같았어.

어떤 사람은 아직도 종이 신문을 읽고, 어떤 사람은 AI가 실시간으로 정리해 주는 뉴스 브리핑을 듣고.

어떤 사람은 은행 창구에 줄을 서고, 어떤 사람은 앱으로 몇 초 만에 송금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남녀가 유별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은 성별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끼지.

어쩌면 시대의 격차는 나이에서만 오는 게 아닐지도 몰라.

경험,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배움과 인격이 중요한 것 같아.

어떤 걸 배우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느냐에 따라

나이와 상관없이 '세대차이'가 나는 거지.

내가 아무리 20대라 해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 어느새 뒤처질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너무 낯설고 불편할 수 있겠구나 싶어.

반대로 내가 모르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시각도 분명 존재할 거야.


퇴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핸드폰을 든 내 손을 내려다봤어.

내 손에 쥐어진 이 작은 기기가 나를 몇 백 년 앞선 시대로 데려다 놓은 걸까?

아니면 내가 그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걸까?

지하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어. "이번 역은... 문이 닫힙니다."

닫히는 문을 보며 생각했어.

우리는 모두 같은 기차에 타고 있지만, 각자 다른 시간대를 여행하는 건 아닐까.

나는 그 누군가에게 지금 몇 년도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 보일까?

혹시 몇 백 년 전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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