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상태에서 꿈을 생각했다.

꿈에 대한 의식의 흐름

by 살랑살랑

이 글은 본인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이상한 의식의 흐름을 기록한 것이다. 난해한 내용을 주의하길 바란다.





꿈은 어쩌면 우리가 낮 동안 미처 다 씹어 삼키지 못한 감정들의 잔향일지도 모른다. 몸은 잠들었지만 마음속 응어리진 감정들이 아직도 어딘가를 서성이기에, 해결되지 못한 장면들을 뇌가 조용히 주워 담고 다시 보여주는시간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현실에서는 끝내하지 못했던 말들이 꿈속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고, 이미 지나간 사람들도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선명하게 걸어 들어와 아무 일도 없는 듯 대화하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꿈은 가끔 우리 마음의 가장 솔직한 모양을 슬쩍 비춰주는 것 같다. 평소엔 애써 덮어 두었던 불안이나 바람, 혹은 자신도 모르게 움켜쥐고 있던 기대 같은 것들이 꿈의 언어로 번역되어 나타난다. 마치 “너 아직도 이걸 신경 쓰고 있구나” 하고 무심하게 알려주듯이. 그렇다고 꿈이 늘 깊은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꿈이 그저 머릿속에서 남은 조각들이 뒤섞여 만든 의미 없는 몽타주처럼 느껴진다. 현실의 파편, 감정의 가루, 기억의 찌꺼기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만들어낸 혼란스러운 몽타주 말이다. 그럼에도 그런 꿈조차 깨어난 뒤 어딘가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결국 꿈은 우리가 잠든 동안에도 쉬지 않고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생각이 끊임없이 작업하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내면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는 신호. 그래서 꿈은 때로는 위로, 경고, 혹은 그저 무의식의 낙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아무리 해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꿈을 꿀 것이다. 그리고 그 꿈속에서 잠시 다른 세계를 살고, 다른 감정을 만지고, 다른 자신을 볼 것이다. 꿈은 그런 공간이다. 현실과 닮은 듯 다르고, 나와 닮은 듯 낯선 또 하나의 무대. 그래서일까, 가끔은 꿈이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을 때가 있다. 눈을 뜨고 나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데, 그 안에서 느꼈던 감정만큼은 묘하게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있을 때가 많다.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마음을 건드리고, 하루의 분위기까지 바꿔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아침에 일어날 때 꿈속에서 울었는지 눈가가 이상하게 무거워지고, 꿈속에서 행복했는지 아침 공기가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이런 걸 보면 우리는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결코 멈춰 있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멈춰있지 않기에 더 솔직해지는지도 모른다. 낮 동안에는 이성의 필터가 하나씩 걸러서 내보내던 감정들이 밤이 되면 슬그머니 필터를 빠져나와 자유롭게 흐른다. 그래서 꿈에서의 나를 보면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너무 친숙해서 오히려 아프다. 그리고 흥미로운 건, 꿈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안전하게 흔들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한 번 흔들리면 무너질까 봐 어떻게든 버티지만, 꿈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무너져도 다시 세워야 할 의무도 없고, 잃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세계. 그런 공간 속에서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고, 만지작거리고, 때로는 스스로도 몰랐던 욕망이나 두려움을 발견한다.


그러고 난다면 이상하게도 다음날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꿈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지만, 마음속 어딘가를 조금씩 비워내고 정리해 주는 느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의 내면은 그렇게 천천히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꿈은 하나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말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낮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감정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꿈이라는 번역기를 통해 표현되는 것.

우리는 그 언어를 완벽히 읽지도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적어도 그 여운을 꿈을 통해 이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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