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번데기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을지도요.

by 살랑살랑

저는 두렵습니다.
이 세상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습니다.

이 밖에서는
수많은 나비들이 날개를 펼치며
빛 속으로 날아가고 있겠죠.
애벌레일때 수없이 보았습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듣습니다.
가벼운 날갯짓,
누군가의 감탄,
햇빛에 스치는 날개의 소리.

그러기에 저는,
이 껍질을 밀어낼 용기가 없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애벌레였을 때의 저를.
짧고 둔하며 털이 많았던,
누가 보아도 아름답지 않았던 저를.

그때도 저는 못생겼으니
지금도 못생겼을테지요.

다른 나비들은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나아가는데
저는 그 속에 섞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렵습니다.

이 세상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혹시라도 이 껍질을 깨고 나갔을 때
제 날개가 아름답지 않다면;
저는 어디에도 날아가지 못할 것 같아서
저 따위를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것같아서.

그래서 저는
이 번데기 안에서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껍데기 안에서
여전히 눈을 감은채 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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