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으로 귀촌 후 가장 그리운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코 “닭발”을 주저앉고 말할 수 있다. 일반 닭발이 아닌 꼭 후암동에 있는 “곽대리 닭발” 전문점의 닭발이어야 한다. 사실 난 다른 곳의 닭발을 먹어본 적이 없다. 나의 닭발 사랑은 곽대리에서 시작해서 곽대리에서 끝난다.
귀촌 전, 내가 살던 곳은 서울 후암동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남산 밑, 아담한 동네. 남산이 있어서 꽃과 나무가 많았고 빌라와 주택이 많았던 동네. 서울 도심이지만 환경도 민심도 대도시 분위기를 약간은 벗어난, 그런 정감 있는 동네였다.
집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 곽대리 닭발이라는 닭발 전문점이 있었다. 시장 안 돼지갈비집이나 선술집 같은 분위기의 그 가게는 편하게 닭발에 소주 한잔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다소 산만하고 북적이던,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던 곳.
오며 가며 매장 안을 들여다보면 아는 사람이 꼭 1~2명은 있던,
언제 봐도 반겨주는 그들의 얼굴과 모습에 이미 정겨움이 되어버린 그곳.
그곳에서 닭발이라는 음식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아무래도 ‘닭발’이란 이름에서부터 거부감이 들었던 나는 뼈를 발라 놓은 생김새를 보고 ‘어! 먹을만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선술집에서 볼 수 있는 동그란 테이블 가운데 숯을 넣어주는 구멍이 있다. 불이 붙어서 벌게진 숯이 들어오면 이제 닭발의 입장 차례다.
고추장 양념에 재워진, 살만 발라 야들야들 한 닭발이 숯불 그릴 위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구워진다. 익어가는 닭발의 모습과 숯불 향에 나의 입에는 이미 침이 고인다. 양념에 재웠던 닭발을 숯 위에서 구우니 금방 타기도 해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사실, 약간은 탄 부분이 있어야 더 맛있게 느껴진다. 닭발을 시키면 사이드로 부추 절임과 양파피클이 곁들여 나왔다. 숯불의 그을음이 있는 약간 매콤한 닭발과 새콤달콤한 부추 절임 함께 먹으면 닭발의 오독오독 씹히는 맛과 부추의 향긋함이 함께 느껴져 내 입안은 행복감으로 가득했다. 간장절임의 양파피클 또한 마찬가지였다. 간장과 식초의 적절한 배합으로 큼직큼직하게 썰은 양파와 오이의 맛 또한 닭발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듣기로는, 곽대리닭발의 닭발을 먹으러 오는 손님 중에는 이 양파피클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꽤 많다고 했다.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던 동네 친구들과의 아지트 같은 장소였던 그곳의 ‘숯불 닭발 향과 맛’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결혼 후 후암동을 떠났던 나는 30대 후반이 되어 다시 후암동에 돌아왔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곽대리 닭발은 감사하게도 그 자리 그대로 있었고 신랑과 나는 한 달에 한번, 조촐한 둘만의 회식을 곽대리 닭발에서 하곤 했다.
피로로 노곤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곽대리 닭발을 들어서는 순간, 머리와 가슴속에 각인되어 있는 닭발의 숯불 향이 코로 들어와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닭발 2인분에 소주 한 병!
우리는 그렇게 피로를 잊고 또 하루를 살아갔다. 종종 도시에서 살 때 함께 했던 지인들이 물어본다.
“시골로 이사 오고 나서 뭐가 제일 먹고 싶어?”
“음.. 후암동 곽대리 닭발이 너무 먹고 싶어!”
닭발 이야기만 들어도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향긋한 봄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던 그날의 저녁, 지글지글 적당히 탄 닭발의 향, 입안에 퍼지던 불맛, 친근하고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유쾌한 분위기.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어줄 것만 같던 후암동 그 거리. 이쯤 되니 나도 헷갈린다.
내가 그리운 건 닭발일까, 추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