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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Oct 21. 2023

토요일

잘 사는 것이란

 토요일 아침이다. 어제 약을 먹지 않아서일까. 아침부터 우울하다. 늦은 저녁을 먹고 약 먹는 걸 깜빡하고 잠이 들어버렸는데, 아차 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약에 의존하여 살고 있을까. 나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일상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나의 까칠함으로 인해 가족들과의 원만함을 해치지 않으려고 약을 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많겠지? 많다는 생각으로 위로를 삼아 본다. 


 토요일이니까, 좀 우울해도 되지 않을까. 토요일이니까 좀 불안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렇든 저렇든 매일 글을 쓰기로 했다. 어느새 글을 쓰는 나 자신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잘 쓴 글이 아니어도, 그냥 매일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좋다. 


 나는 매일 책을 읽는다. 약보다도 책에 의존하는 정도가 훨씬 더 큰 것 같다. 책을 읽어야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책 중독인가. 그런데 어느 책에서 어떤 사람은 일부러 인풋을 줄이고 아웃풋을 늘리려고 노력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야 창조성이 더 살아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하루종일 바쁘게 인풋만 열심히 한다. 틈틈이 책을 읽고, 운전하며 유튜브를 듣는다. 빈공간이 없다. 


 빈 공간에서 창조성이 나타나는 것 아닐까. 누가 그랬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벽과 벽 사이의 빈 공간을 떠올려보라고. 


 또 누군가는 명상이 좋다고도 했다.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서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을 다스린다고 했다. 명상도 일종의 빈 공간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빈 공간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가치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나 못 만드니까. 오늘 마침 토요일이고, 빈 공간을 만들어볼까. 그런데 막내가 오늘 내 옆에 껌딱지처럼 있을 예정이다. 

그래도 뭐 어떤가.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다. 좋은 사람인 척 사회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가 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애를 쓴다는 것이다. 어제도 아이들에게 화를 버럭 내고 말았다. 다행히 아이들도 자기잘못을 알았는지 뒤에 사과하러 오긴 했지만. 나도 그렇게까지 화를 냈어야했나 싶다. 그런데 어제는 화낸 건 후회했지만, 그 모습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도 나니까. 화내는 모양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창피하다가도, 아니야, 그것도 그냥 나야. 내 모습이니까 인정해주자. 그대로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줬다. 그러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이런 생각도 하게 된 것일까.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니 이 방법이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나의 모자란 모습도 인정해주기. 방법도 방법이지만, 약을 꾸준히 잘 먹고 해서 나를 인정해줄 힘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의 힘이 좀 자란 듯 하다.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앞으로 실패도 많이 겪어야 할 것이고, 나의 실패를 바라보는 가족들이 힘들어할 것도 이겨내야 하고, 이런 저런 시련들도 극복해내야 한다. 

나는 그저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멋진 인생, 신나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게 잘못인가? 남들이 보면 욕심을 부린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하고 싶은 걸. 위대한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인 걸 알게되니까 그런 꿈을 꾸어도되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꿈을 꾸고 있다. 내가 보잘것없는 사람이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제는 주언규의 <슈퍼노멀>을 읽었다. 평범한 사람 중에서 상위그룹을 슈퍼노멀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해 볼 수 있는데까지 해보고 싶다. 나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 가족들이다. 그런 나를 지켜봐줄 수 있을지. 그래서 가능한 안전하게 조용히 해야 한다. 떠벌리지 말고, 혼자 조용히 실패하고 극복하고 또 실패하고 극복하고, 그래도 재밌을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응원해주지 않아도 나는 재밌을 것 같다. 약간 미친 건가..


 모두 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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