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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Oct 22. 2023

월요일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괜찮을 거예요

 성경을 읽고 교재를 만들고, 다시 그 교재를 읽게 되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사실 부끄럽다. 나는 성경대로 얼마나 살고 있는지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결론은 성경대로 잘 못 살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보려고 애는 쓴다. 애를 쓰다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몸이 아프기도 하고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싶다가도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니까 한다. 


 성경은 참 좋은 책이다. 성경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알며 알수록 존경스럽다. 그 인물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오면 성경이 한 편의 드라마가 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고민했을까 그런데도 그런 결정을 내리고 그런 행동을 하다니. 내가 할 법한 행동을 하는 인물도 있지만, 도저히 나라면 하지 못했을 결단을 하는 인물들도 많이 있다. 그렇게 도전을 받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은 별 거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들다, 오늘도 힘들었다. 분명히 어제 약을 먹고 잤는데, 오늘 왜 이렇게 마음이 요동을 치고 불안한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는 거다. 받아들여야 하고, 지나가야 한다. 


 이게 고통이다. 그래, 고통을 느껴보자. 짜릿하게. 고통이 오면 고통을 맞아주자.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가볍다. 작가 타라의 <받아들임> 책에서 그랬다. 마라를 맞이하라고, 그래서 마주 앉아 차를 대접하라고. 그게 고통을 상대하는 방법인 거다. 


 늘 도망치는 인생에서 고통을 마주하려고 한 것은 내 인생에서 큰 변화다. 남편의 분노를 인정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두려웠다. 두려워 떨었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아무것도 없어도 난 인생이 무서웠는데, 사랑하는 남편이 나를 가장 무섭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을 때,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도망가야 한다. 


 그래서 여러 번 도망갔다. 친정으로, 시댁으로, 아이들을 둘러메고 도망갔었다. 그런데 이제 네 아이가 많이 커 버렸다. 들쳐 업고 도망갈 수가 없다. 아이들의 생각도 나와는 좀 달랐다.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이 나보다 더 현명했다. 아빠가 외로울 것 같아서 못 가겠다고 한다. 아이들은. 

 

 나는 용기가 없었고, 그래서 늘 도망쳤었지만, 이제는 도망가지 않을 거다. 내가 바라는 건 도망가는 게 아니었다. 남편하고 애들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다. 치열하게 싸우고 헤어지자 어쩌자 소리해도 언제나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내가 원하는 건 그거였다.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것. 


 그래서 겁이 나도 돌아왔고, 또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에전에는 이젠 안 그러겠지 하고 기대했다가 큰 코 다쳤었다. 지금은 그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당연히 또 그럴수 있다. 남편은 화가 날 수도 있고, 나도 신경질 내며 폭발할 수도 있다. 당연하다. 이런 얘기를 꺼낸 것도 어쩌면 아직 내 마음에 두려움이 남아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난 도망가지 않으련다. 아무 일 없을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을 거다.


 사랑하는 남편을 좀 더 봐주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좀 더 쓰다듬어주고, 눈을 맞추고 웃어줄 거다. 누가 그랬다. 강해지고 싶다면 강해지라고. 그래, 난 강해질 거다. 사랑하는 나 자신의 인생과 내 가족을 위해서. 


 막상 두려워했던 것과 마주하면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사실은 내일 출근하는 게 두렵다. 나는 왜 이렇게 별 거 아닌 거에 두려울까. 다른 사람도 그럴까. 그래도 이런 나 자신을 인정해 주자. 두려울 수 있지. 그래도 부딪쳐볼 거잖아. 그러면 괜찮을 거야. 생각보다 잘 해낼 거다. 


 월요일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괜찮을 거예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학교 가기 싫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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