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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Nov 30. 2023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면

내 속마음을 봐 주자

 요새 마음이 안정이 잘 안 된다. 약을 안 먹고 있다. 커피는 마시고 있다. 그래서인가보다. 


 혈압이 높으면 혈압약을 먹어야 하고, 빈혈이 있으면 빈혈약을 먹어야하고, 마음이 병들어 있으면, 마음에 처방받은 약도 먹어야 하는데, 나는 오히려 나를 자극하는 커피만 마시고 있다. 


 이러면서 건강하길 바라다니. 아니, 바라고 있나? 바란다. 안 바라나? 


 사람은 의식과 무의식적 사고가 공존하는데, 사람의 말과 행동에는 무의식의 사고가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나의 지금 행동은 무의식에 따른 행동이다. 나의 의식은 내가 건강하길 바라지만, 나의 무의식은 나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무의식에서는 내가 나를 못마땅하게 하고, 나를 싫어하고,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서 나를 괴롭게 만드는 일을 자꾸 하게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사고가 내 안에 공존함을 나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굉장히 대단한 존재가 되고 싶었고, 그럴 능력이 내게 있다고 믿으며 오랜 시간 살아왔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아주 형편없고, 모자라고 이상한 점 투성이인 못난이로 나 자신을 생각하기도 했다. 정확하게 나 자신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보기가 싫었다. 실체를 알면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위대한 사람이고 싶은데,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니까, 그래서 누가 공격할라 치면, 누가 나 자신의 실체를 보라고 외치면, 나는 미리 방어를 쳤다. 나는 바보똥자루라고. 그래서 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 사주를 공부하면서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처음에는 절망적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내 건강은 이정도이고, 나의 운명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속상하고, 내가 잘못 공부한 건 아닌지, 검색을 하고, 책을 뒤졌다.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 어느새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구나. 나는 이 정도의 사람이고, 이런 운명과 환경을 가지고 있구나. 물론 내 사주팔자에 비해서 나는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욱하는 남편과 토끼 같은 네 자녀 때문이다. 지금은 세 마리의 고양이도 한 몫한다. 


 고통이 나를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운명학에서는 타고난 본성, 즉 사주팔자와 함께 자유의지를 강조한다. 바꿀 수 없는 것이 있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 타고난 부분이 좋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살면 되고, 타고난 부분이 별로 좋지 않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또 잘 살기 위해 태도를 개선하고 잘 살면 되는 것이다. 


 어느 지혜로운 어머니가 쓴 글에서처럼,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바꾸며 살면 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적지 않다. 부담스럽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마음으로 받아들였는데, 지난 주말부터 계속 한숨이 나오는 게 아직 나의 무의식은 이걸 받아들이지 못했나보다. 그래, 미안하다. 너의 힘듧을 모른 척 해서. 안 힘든 것처럼 자꾸 나를 꾸며서. 내 진짜 마음을 보살펴 주지 못해서, 참다 못해 그게 한숨으로 나오나보다. 


 힘들다. 저 사람이 밉다. 좀 봐주자. 나의 마음을. 짜증난다. 그래, 짜증나지. 맞아. 맞장구쳐주자. 나에게도.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자꾸 속마음을 감추지 말자. 잘난척 하지 말자. 


 맞다. 그게 잘난척 아닌가. 나는 잘난척을 하고 있었다. 교만하다. 교만은 하나님이 가장 안 좋아하시는 것인데. 교만한 자는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고 했는데. 


 겸손해 보자. 나에겐 도움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도움을 요청하고,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도 하자. 괜찮은 척 그만 꾸미고 내 속마음을 조금씩 표를 내 보자. 나도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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