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의 자격

by 이백지

좋은 부모가 되려는 사람은 종교적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만큼이나 그 수가 적다. 이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문턱이 대체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결혼 생활이 수반되어야 한다. 시간에 쫒겨 나이가 차서 뒤늦게 결혼식을 올리고 남들 다 아이 하나쯤 가진다고 해서 무계획적으로 아이를 기르는 게 아닌 부모의 현실적인 수입과 앞으로의 기대 수입, 여기에 일정 부분 저축이 가능한 삶인지를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전처럼 아이는 알아서 크는 것이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아이에게 금전적 지원도 못해줄 공산이 크다.

더불어 가족들의 건강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함 모두를 포함한다.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시간적인 노력도 끊임없이 요구되기 때문에 가스라이팅 및 가족 구성원으로 책임져야 할 요구조건에 얽매일 가능성이 커진다. 부모가 되기 이전에 나는 또는 내 배우자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의 힘을 지녔는지 체크해 보도록 하자. 만약 선뜻 그렇다고 볼 수 없다면 자녀 계획이 본인들의 욕심에서부터 시작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또한 부모는 자녀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금전적인 것은 물론 의존적인 형태로 관계를 지속한다면 자녀가 성인이 되고나서도 부모의 곁을 떠날 수 없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슬픈 운명을 타고난다. 성인이 될때까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무한한 지원을 해주다가도 부모 곁을 떠나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면 아이가 부모의 도움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취업에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한 대학 졸업장과 각종 자격증, 어학연수 경력 등에도 대기업의 신입채용은 씨가 말랐고 경력직 채용만 간간히 이뤄지고 있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벌이의 대부분을 식비와 주거비로 퉁치게 되고 수중에 미래를 계획할 돈은 투잡, 쓰리잡에서 찾아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부모의 최종 성적표는 자녀의 취업 시기와 결혼 시기쯤 두 번에 나누어서 확인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 부모는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 당연하게도 좋은 부모는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지원을 해주다가 때가 되었을 때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한다. 이건 노력의 영역이면서 신의 영향력 내의 문제기도 하다. 그래서 부모는 절대자의 도움을 바라게 된다. 불행한 사고가 아이를 덮치지 않도록, 몸 안의 세포가 아프지 않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만약 아픔이 찾아오면 자녀 대신 자신에게 찾아오도록 애원하는 것이 부모지만 또 너무 이른 나이에 아이 곁을 떠나서도 안 된다. 좋은 부모가 많지 않은 건 이런 일련의 조건들이 자녀를 키우기 위한 기본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세재 사이로 네가 들어온다. 아이를 낳으면 세제혜택이 많았던가? 밤새 세탁기를 돌렸다. 기저귀에서 팬티로 갈아입을 시기엔 이불 세탁 횟수가 많아진다. 아직 마르지 않은 이불을 전기장판의 온기로 말려보려 했지만 여전히 축축하다. 지갑도 축 처진다. 인생의 수분기도 말라간다. 빵빵한 지갑을 원했지만 지갑은 슬랜더 스타일이다. 아내의 가슴도 처진다. 세월의 무게를 뱃살이 지탱하고 있는 느낌이다. 명치만 배꼽처럼 깊숙히 들어가 있고 목젖처럼 아득한 어둠이 감싸고 있다. 아내를 닮은 딸은 점점 아내를 닮아간다. 아빠의 한숨이 는다. 딸의 몸무게가 늘수록 아빠의 연골과 관절도 느슨해진다. 느슨해진 육아 시즌에 아이들의 방광이 요도의 문을 두드린다. 문 틈 사이로 네가 들어온다. 차가워진 이불에 발이 얼고 언 발에 오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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