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 차량에서 아이들이 내린다. 차량 안에 또래 아이들이 가득하다. 오랜 유학생활 후 공항에 마중나온 가족처럼 아이들을 집 앞에서 만난다. 태권도복을 입고 아이들 하원을 도와주는 선생님 두 분은 위병소 근무자처럼 표정이 진지하다. 어린이집에서 일주일동안 낮잠 시간에 사용한 침낭과 가방, 보조가방까지 빼놓은 건 없는지 차량 이곳저곳을 살피신다.
"어제보다 나무에 꽃이 더 많이 피어났어."
하루 사이 나무에 흰 눈이 더 많이 쌓였다. 솜사탕처럼 부푼 꽃잎을 확인하며 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이 뛰어논다. 나무의 몸통도 두들겨 본다.
"나무도 살아있어.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살고, 숨쉬고 있어."
저녁 식사 시간엔 어제 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 소식을 전해줬다. 옆 집 이웃이 캥거루라고 한다. 층간 소음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윗집 손주들이 왔나보다. 인생의 계절은 저마다 다르게 찾아온다. 잠들기 전 돌잔치 때 준비한 영상을 보여달라는 아들의 부탁과 저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딸의 부탁에 아빠는 답한다.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 흘러서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다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거든."
"싫어, 난 이 다음에 커서 엄마가 될 거야."
"난 아빠가 될 거야."
음... 그럼 아빠는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가 되겠구나. 아빤 지금이 좋은데... 더 지나고 나면 더 이상 되고싶은 것도 남아있지 않거든. 단단한 이는 무뎌지고 잇몸도 주저앉아 이제 그만 좀 씹자 하고 말이야. 봄을 삼십 번을 더 볼 수 있을까? 오십 번을 더 볼 수 있을까? 아빤 지금 이 봄이 참 소중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