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 며느리가 돼라.

도도도독

by 이백지

아내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고 아이들에게 사진 찍지 말라고 소리쳤다. 배경에 자꾸 자신이 등장하자 신경질 내며 항변했다.

"누가 보면 매일 술 먹는줄 알거 아냐!"

일주일에 5일 정도 술을 마시니 매일은 아니었다. 이젠 아이들도 맥주광고가 나오면 "엄마가 좋아하는 맥주네" 하고 말한다. 배달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둘째가 울고 있다. 이미 전기자전거(PAS) 자물쇠를 채우며 집 밖에서 아내의 호통 소리를 들어 예상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딸은 이마를 만지고 있었고 아들은 바닥에 앉아 울고 있다. 아내의 술 마시는 시간을 방해한 자들이 몽둥이 찜질에 고통을 호소했다.

"하루 일하면 얼마나 벌어?"

아내는 배달 일을 나가려는 내게 수입을 물었다. 코로나 시기엔 일요일에 나가 일하면 자동차로 20만 원 남짓 수입을 올렸지만 이제 20은 다시 경험하기 힘든 숫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5~10만 원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저녁 피크타임까지 일하면 8~12만 원 정도라고 말이다. 한때는 전업으로 뛰어들까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전업이 아니라 다행이라 여긴다. 배달 업계도 코인 광풍처럼 코로나 시기가 지나자 자연스레 그 열기가 식었다. 이제 거리 위에는 고인물과 투잡러들만 남아있는듯 하다. 생존인지 미련인지 아직은 구분이 모호하다. 그나마 내 경우 이웃집에 사는 아홉살 인생님께서 아이들과 잘 놀아주니 걱정없이 배달 일을 다녀올 수 있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도록 현관문도 열어 두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닫혔다. 주방에 있던 아내는 누가 들어왔냐고 나에게 물었다.

"며느리"

아내는 그 흔한 한 숨의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아홉살 인생의 부모님도 아내 분이 연상이시다. 나보다 연상이면서 내 아내보다는 연하인 남편과 살고 있다. 미래의 며느리가 될지도 모를 이웃집 아이는 총총 뒷걸음질로 현관문을 닫고 사라졌다. 미래의 시어머니가 댁에 계시면 함부로 들어오지 않는 룰이 있는 모양새다. 나 혼자 집에 있으면 들어와 아이들과 노는데 시어머니가 될지도 모를 아내가 집에 있으면 안들어 온다. 아무래도 여자들은 눈으로 대화하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듯 하다. 강아지에게 명령하듯 "아직, 기다려" 라는 시선언어가 곡선으로 휘어져 인기척만으로도 아내의 존재를 알린다. 마치 TV 채널을 돌리려는 미세한 움직임에 "아빠 아직 안 잔다~"를 외치는 아우성같았다. 정치와 시사 프로그램을 귀로 보는 가장처럼 아내는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사인을 나에게 던졌다. 나는 악송구라 판단해 소리없이 던진 아내의 시선언어를 뒤로 흘려보냈다. 뒤돌아보니 아내가 던진 욕들이 무덤처럼 쌓여있다. '아내 아직 안 죽었다. 며느리 집에 들일 생각 말아라.' 라고 묘비에 써있다.

삼가 고인이 될 나의 명복을 미리 빈다.






아이들과 놀아줘 고맙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양보한 아이가 첫 며느리 후보였는데 살면서 얼마나 많은 며느리 후보를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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