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계절

by 이백지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었던 시절엔 오로지 자신의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면 그만이었다. 가정이란 팀에 아이가 태어나면 부부였던 선수는 부모 호칭의 감독이 된다. 이때부터는 전체적인 판을 읽어야 했다. 승산이 있다면 승부수를 원하는 흐름대로 게임이 진행되지 않을 때엔 강력한 조치도 필요하다. 자녀가 둘 이상인 집의 경우 부모 중 한 명이 심판으로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고자질의 옥석을 가리는 심판은 팀 내에 필수적인 존재이다. 내겐 통제하기 쉽지 않은 선수 두 명과 나태한 심판 한 분이 팀에 계신다.


동그란 비누방울이 두둥실 떠다닌다. 저마다 다른 빛깔로 빛을 반사한다.



얼마전 1번 선수가 이웃집에 사는 언니 오빠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 아빠, 화나면 엄~청 무서워"

아이들은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나열했다. 생각의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었던 탓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막걸리네~"

"엄마, 문어 머리 아저씨에요!"

슈퍼에 민머리 아저씨가 있었고 심판은 슈퍼를 부리나케 뛰쳐나가 길에서 혼자 웃고 들어왔다. 아이들이 던지는 가차없는 설명에 머리카락이 적거나 흰 순서대로 웃음꽃이 피었다. 웃음이 많은 계절, 봄이었다.

매 번 도움을 청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연말연시가 다가왔음을 느낀다. "이것 좀 해줘, 저것 좀 해줘." 우울한 아내를 도웁시다. 딸랑딸랑,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린다. 도움이 필요한 계절, 겨울이었다.

아이들은 봄을 지나고 있지만 부부는 겨울에 살고 있다.





1번 선수가 아빠를 그려주었다. 봄이 겨울에게 보낸 손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