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삼계탕 잔치

by 서순오

이가 아버지와 함께 읍내로 돌아서 학교에 간 사건은 대단한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바다초등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사는 이 마을 저 마을까지 다 소문이 퍼져서 도대체 설이란 아이가 누구인가? 설이 아버지는 또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증말로 대단허제. 워쩧게 그 먼 거리를 달려서 학교에 왔당가잉?”

설이와 아버지가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한낮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침 일찌감치 집을 나섰기 때문에 학교까지는 자그마치 5시간이나 걸린 행군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설이와 설이 아버지를 자랑했습니다.

“홍수가 난 와룡리서 이렇게 학교에 결석을 하지 않으려고 왔다니께요! 대단하지라오!”

그날 이후로 설이 아버지는 교장선생님과도 담임선생님과도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주막에 가서 앉아 있는 대신에 설이네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와서 화단에 풀을 뽑아주기도 하고, 운동장을 쓸어주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더러운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해 놓고 가기도 합니다.

“딸내미가 공부만 잘 허는 게 아니라 즈이 아부지도 참 사람이 괜찮하구만 그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입니다. 그동안 설이가 아버지에게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 지금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믿기지 않습니다.

“하이고, 이것이 꿈이디야, 생시디야?”

미동할머니가 팔뚝을 꼬집어보면서 눈을 끔벅끔벅거리면서 그래도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해 보일 때면 설이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기 때문입니다.

‘참말로 신기한 일이긴 하제.’

그래도 설이는 요즘 참 행복합니다.

학교에서 유명해진 것은 물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칭찬을 들으니까 공부가 더 잘 되고, 학교생활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입니다.

설이는 4학년, 5학년을 보내면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교내에서 하는 글짓기 대회, 붓글씨 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 등에서 1등을 하는 것은 물론 읍내에서 겨루는 여러 대회에서도 뽑혀 시 대항전(여러 시에 있는 초등학교 어린이들끼리 겨루는 대회), 도 대항전(여러 도에 있는 어린이들끼리 겨루는 대회)에도 참가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설이 아버지는 설이가 상장을 받아오면 꼭 방안의 벽에다 그것들을 붙여 놓습니다. 한쪽 벽면을 다 채우고도 상장이 남아서 다른 쪽 벽까지 채우기 시작했는데, 설이가 받은 상장의 개수를 세는 일이 설이 아버지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설이가 받은 상장의 개수가 무려 100여 장이 넘어갈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도 대항 백일장에서 금상을 타온 날은 설이네 집에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어린 닭을 잡아 삼계탕을 끓인 것입니다.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이고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도 다 오셨습니다.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수한 삼계탕을 먹으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설이가 아매도 무어가 돼도 큰 인물이 될 것이여. 안 그런가?”

“암, 그라고 말고. 여보게, 춘구! 설이 저 놈이 글쎄, 열 아들 안 부럽게 할 것이구만 잉?”

담임선생님도 설이아버지에게 살짝 귀띔을 합니다.

“설이는 말이지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꼭 끝까정 공부를 시키셔야 합니다. 알았지라오? 그라믄 반드시 보람이 있을 것이구만요.”

손님들을 대접하는 설이 아버지와 설이엄마, 미동할머니의 손길, 발길이 날개를 단 것처럼 가볍습니다. 그동안의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이 하루의 잔치를 통해 말끔히 다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 작은 삼계탕 한 그릇으로 와룡리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푸근하게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설이는 아이들과 놀다 들어와서는 마을사람들의 이야기가 온통 자신에게 쏠려 있다는 걸 알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얼굴이 화끈화끈 거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마당의 우물로 가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서 푸덕푸덕 얼굴을 씻어댑니다. 찬 기운이 싸하게 얼굴을 때리지만 그래도 들뜬 열기가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아이고, 어쩌제?‘

사람들을 피해서 뒤란에나 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옮기는데, 담임선생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설이 이리 와 보그라.”

“예.”

설이는 담임선생님의 손에 덥석 붙잡혀서 옆에 앉습니다.

“니 말이제, 꿈을 크게 갖그라. 와룡리가 촌구석이라고 우물 안 개구리 모냥으로 여그서만 대장 노릇 허지 말고 저기 큰 물로 가서 열심히 겨뤄 보그라. 서울 같은 디 말이여, 아니믄 저기 바다 건너 미국 같은 디도 좋고, 알겄냐? 선상님 말씀 똑바로 알아들어라 잉?”

설이는 마음속에 선생님의 말씀을 꼭꼭 챙겨 넣습니다. 조그맣던 설이의 가슴이 갑자기 하늘보다 더 커지는 것 같이 벌렁벌렁 거립니다. 하늘이 더욱 높고 푸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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