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상은 내려오고 나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전에는 진정으로 오른 것이 아니다.(조지 말로리)

by 서순오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보면, 호랑 애벌레가 다른 애벌레들을 따라서 자꾸만 자꾸만 높이 오르는 게 나온다, 거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례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계속 오르기 위해서 그를 떠난다. 호랑 애벌레는 쉬지 않고 오르고 또 오른다. 그런데 정작 꼭대기에 올라보니 아무것도 없다.


노랑 애벌레는 그저 나뭇가지에 매달려 오랜 인내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비로소 나비가 된다. 자꾸만 위로 올라갔다 내려온 호랑 애벌레도 노랑 애벌레를 따라 인내의 시간을 거치고 함께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오른다.


사람들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한다. 그것이 산이든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든 정상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또한 정상에 오른다고 해서 그곳에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한번 쭈욱 관망해 볼 수 있는 풍경과 자신을 이겨낸 데 대한 성취감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정상에 선 사람은 자칫 자만해지기 쉽다. 자신의 본분을 잊고 탐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자칫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치와 종교와 경제 지도자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정상은 내려오고 나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등산가 조지 말로리의 명언은 정상에 오르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상에 섰을 때와 안전하게 내려오는 일이 더 중요함을 말해 준다.


모든 사람이 따라다니며 '호산나'를 외쳤던 예수님의 정상을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상에 선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으로 인류를 이롭게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보아야 한다. 정상에서 내려왔을 때 사람들이 정상에 선 그를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그는 정상에 선 자가 되는 것이다.

사진 : 불암산 정상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숭고함은 우주의 힘, 크기, 나이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