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쿰다는 '들판을 품다'라는 뜻이란다. 성산일출봉이 훤히 보이는 멋진 조망의 해변이다. 청빛 하늘과 하얀 구름, 옥빛 바다와 하안 파도의 포말이 어찌나 맑고 예쁜지 별천지에 온 것 같다.
성산일출봉은 이전에 올라본 곳이라 오르지 않고 왔는데, 여기서 온전한 모습을 본다. 약간 마름모 형 성산일출봉이 바다 위에 떠있는 모습이 너무나 환상이다. 어느 예술가가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단 말인가! 자연만이 그릴 수 있는 활동사진이다.산이나 봉우리는 직접 오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참 색다르고 신비롭다.
울 딸이 제주에 미리 와서 며칠 묵은 지인 댁 사모님이 드르쿰다 해변을 꼭 가보라고 했다는데, 직접 와 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천천히 느리게 조용히드르쿰다 해변을 걸어본다. 모래사장에 앉아도 본다. 바다풍경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 자세를 낮춰보는 것이다.
말을 타고 드르쿰다 해변을 천천히 걷는 사람들도 있다. 바람이 차서 말을 타면 더 추울 것 같다. 온도는 그리 낮은 편이 아닌데 바람이 불고, 우리가 입은 옷이 조금 얇은 탓이다. 일기예보가 영상 10도 내외라 나는 거의 봄옷을 가지고 와서 입었고, 울 딸은 겨울옷을 입었지만 따뜻한 나라에서 살다 와서 춥다고 느끼는 것이다.
드르쿰다 해변에서 나오면서 보는 길 풍경이 해를 품고 있어서 더욱 묘한 분위기다. 저 풍경도 한폭의 그림이다! 왼쪽 길가 쪽 성산 스튜디오를 둘러본다. 방마다 다양한 세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인디언 집, 거울 집 등 재미난 곳이 많다. 일일이 사진을 찍으면 꽤 시간이 소요될 텐데 우리는 들여다만 보고 사진은 안 찍는다.
그 대신 남는 시간에 성산 스튜디오 카페에서 청귤차와 복숭아차를 주문해서 마신다. 한 40여 분 여유가 있어서 쉬고 있다. 점심 먹은 후라 약간의 식곤증이 밀려온다. 새벽형 인간들은 이 시간대에는 한숨 자면 딱 좋은데 말이다.
울 딸도 나도 '멍 때리기' 좋아해서 카페에서의 시간이 아늑하다. 황금색 전등 불빛 사이에 놓인 차 두 잔, 그리고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길 풍경이 멋지다,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