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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22. 2023

꽃 탐사를 하며 생과 사도 생각하며

광명 도덕산+구름산+가학산

수도산(※) 서울 근교 산행팀 산우님들과 광명 도덕산+구름산+가학산 산행을 한다. 도덕산+구름산+가학산은 처음인데 야생화 탐사와 폭포를 보고 구름다리를 걸어볼 수 있겠다. 구름산은 광명시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는데, 오늘은 구름산 정상은 오르지 않는 코스이다. 참여 인원은 인테리어 대장님과 여산우님 3명(오트밀님, 서우님, 나)이다. 조금 느리게 천천히 잼나게 걸어야겠다.


오전 11시 광명전철역 2,3번 출구에서 만나서 도덕산+구름산+가학산을 오른다. 산이 완만하게 쭈욱 연결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걷기가 좋다.


또 군데군데 정자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쉬어가기가 좋다. 평일이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두세 명씩 앉아서 쉬고 있다.


우리는 정자에는 올라가지 않고 걷다가 나무의자 쉼터에서 가끔 쉬어간다.


Y자형 구름다리와 인공폭포가 나온다. 폭포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나는 처음이라  사진을 남긴다. 여자 셋 사진도 자주 찍는다.


오트밀님과 서우님은 지난겨울 눈이 왔을 때 이곳에 왔는데 차암 예뻤다고 한다.


오트밀님이 산죽이 마른 곳이 있어서 신기해한다. 드라이 산죽 속에 들어가 포즈를 취해본다.


인테리어 대장님은 언제 우리들 사진을 찍었는지 모르게 사진을 많이 찍었다. 성품이 좋고 느리게 천천히 하나하나 배려하면서 리딩을 해주셔서 함산하는 산우님들이 좋아한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산행이 더 즐겁다.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그래도 산죽이 마른 것보다는 초록인 게 좋다. 도덕정으로 오르는 길 초록 산죽길이 예뻐서 산행하는 모습을 담아본다.


도덕정 근처에서 한참 놀다 간다. 도덕정이 있는 돌계단 여기도 예쁘고 저기 정자에서 내려가는 나무계단 아래 구멍 뚫린 신기한 조각 같은 돌이 예쁘다. 거기서 연출 사진을 찍어보니 완전 작품이다.

"이거 너무 예쁜 거 아니야?"

"여기가 제주도야?"

"그러게. 꼭 돌하르방 이런 데서 사진 찍는 분위기네."

여자 셋이서 한 마디씩 하면서 즐거워한다. 인테리어 대장님은 오늘 사진작가 출사 나오셨다. 후훗!


많지도 적지도 않은 요만큼의 인원, 남자 1명, 여자 3명, 딱 내가 좋아하는 소수정예 선발인원(?) 도덕산+구름산+가학산 힐링산행이다.


도덕산은 정상이 따로 없고 도덕정이 정상이란다. 도덕정에 올라가서 주변 풍경을 좀 보았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하긴 다음에 또 오면 된다.


조금 더 가니까 밤일분기점 이정표와 정자가 나온다. 거길 살짝 지나서 오른쪽 샛길로 들어가서 무덤 아래 아늑한 곳에 인테리어 대장님 밥터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오트밀님 가져오신 삼겹살에 친정 엄마가 보내주셨다는 서산 갯국으로 담근 푹 고은 김치를 싸 먹으니 너무 맛있다.

"최고최고! 별 다섯 개!"

내가 만들어서 가져간 통밀빵과 호박죽, 삶은 계란도 맛나게 먹는다. 서우님 가져오신 쑥인절미, 콩고물인절미와 레드향, 커피도 일품이다. 오트밀님 가져오신 영양 찰떡은 다 못 먹어서 한 개씩 나누어 가진다. 풍성한 점심식탁이다.


무덤으로 들어오는 길 초입에 나뭇가지를 꺾어서 문을 만들어 놓았다. 언젠가 들은 기억이 나는데, 무덤을 지키는 역할, 아니면 무덤 속 혼령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역할, 그런 소원을 담은 것 같기도 하다. 죽어서까지 어딜 가시려고? 참 재미나다는 생각이다.


밥을 먹고 앉아서 무덤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들이 멋스럽다. 무덤이 있는 자리는 흙이 좀 안 좋다고 대장님이 그러신다. 바슬바슬 흙이 부서져 내린다. 양지쪽이라 볕은 잘 드는데 말이다.


조상들이 죽으면 무덤을 좋은 곳에 만들어야 조상 은덕으로 자손들이 잘 된다는 기복신앙 때문에 사람들이 저리 무덤을 만든 것이리라.


나는 늘 하는 얘기지만 산과 바다를 좋아하니까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산이나 강, 바다, 그 어디에든 뿌려져 그저 한 줌 흙이 되면 좋겠다.


내 영혼은 천국으로 입성할 테니까 이 땅에서의 육체는 그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성분인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여긴다. 무덤 아래에서 밥을 먹다 보니 생과 사를 아니 생각해 볼 수가 없다.


점심 먹고 걷는 길에는 꽃들이 제법 피었다. 아주 흡족한 정도는 아니지만 봄을 맞이하기에는 충분하다. 백매화, 지천에 핀 제비꽃, 이제 막 피어나는 개나리, 생강꽃, 산수유, 현호색, 홍매화  등 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덕산에서 구름산으로 접어든다. 이정표가 알려준다. 구름산은 처음 가는 산이라 집에서 유브를 보고 왔는데, '철조망과 산이 신기하게 어울리는 산'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구름산 오르는 길에 철조망이 아주 높이 여러 겹으로 쳐져 있다. 아예 넘어가지 못하게 철사를 둥글게 둥글게 쳐서 위쪽을 뾰족하게 해 놓았다. 아마도 거기가 군부대가 있지 싶다. 초소가 군데군데 있다. 우리들이 날마다 먹는 생명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군부대 같다.


구름산에는 샛노란 생강꽃과 산수유가 많이 피어 있다. 두 꽃나무가 하도 비슷해서 어떻게 구분을 하나 싶었는데 나무 몸통과 줄기 쪽을 보면 길쭉길쭉하고 매끄러우면 생강나무이고, 구불구불하고 거칠거칠하면 산수유 나무라고 인테리어 대장님이 가르쳐주신다.


"앗 홍매화다!"

빨간 나무가 보이길레 반갑게 불러본다. 그런데 철조망 저 건너 쪽 군부대가 있는 곳에 핀 홍매화다. 예쁘게 피었는데 철조망 때문에 가까이 가서 볼 수도 없고 사진에 담을 수도 없다. 철조망 이쪽에도 홍매화를 좀 심었으면 산행하는 이들이 볼 수 있고 좋았을 텐데 또 아쉬움이 남는다.


인테리어 대장님은 실시간 산행 사진 보고를 꼭 산행 중에 카페에 올리신다. 참 지극정성이시다. 그래서 그런지 수도산은 요즘 자꾸 발전을 한다. 산행도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 있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진출하고 있다. 매달 한 번씩 하는 정기산행 물론 서울 근교산 산행도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하고 있다. 야간 산행도 있고, 가끔 연주회와 연극을 보러 갈 때도 있다. 100대 명산, 백두대간, 한북정맥, 소백산자락길, 전국둘레길 하이라이트 등 특별한 산행도 추진해서 완등할 때까지 리딩을 맡으신 대장님들이 섬겨주고 있다.


광명시 수도사업소 노온정수장 이름표가 있는 곳을 지나니 산수유꽃이 아주 만발하였다. 건너편에는 '맑고 깨끗한 수돗물'이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언덕배기에 키 작은 나무들로 카드섹션처럼 보이게 심겨 있다.


오트밀님이 '꽃 보러 멀리 갈 필요가 없다'라고 그런다.

'그래도 광양 매화는 보러 가야지.'

나는 며칠 전에 갔다 왔으니까 혼잣말을 해본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봄, 광양 매화 축제가 눈에 선하다. 그렇지만 구례 산수유 축제는 안 보러 가도 되겠다.


2018년 봄, 산행을 다시 시작하고 첫 원적산 산행 후에 이천 백사 산수유 축제를 가본 적이 있다. 날씨도 비가 와서 사람이 별로 없고 산수유꽃도 다 떨어져서 축제 분위기도 안 나고 그랬다.


난 조용한 게 좋으니까 이렇게 우리들만 있는 장소에서 산수유 꽃을 맘껏 볼 수 있는 것, 이게 진짜 좋은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이 붐비는 꽃 축제장은 이제 조금 삼갈 필요가 있겠다.


"산수유 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산수유 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노라니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 몽올몽올 노랑꽃 산수유는  열매가 빨갛다. 꽃과 열매가 아주 전혀 다르다. 매화도 마찬가지이다. 꽃은 하양, 빨강, 분홍 여러 가지인데 열매는 초록이다. 꽃과 열매를 연구해 보아도 재미있겠다.


산길을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과 나뭇가지가 어우러진 모습이 차암 예쁘다.


이름 모를 꽃이 나타났다. 아주 흐린 분홍색인 게 처음 보는 꽃이다. 줌인해서 찍어봐도 꽃이 작아서 잘 안 찍힌다.

"아, 그런데 이 꽃 연달래 같다!"


가는 길에 새미 약수터가 있다. 물이 똑똑 싱그럽게 떨어지는데 물맛은 안 보고 지나간다.


탐스러운 노란 생강꽃 한 그루, 산속에 환하다.

"별꽃이다!"

서우님이 마른 덤불 속에 피어난 하얀 별꽃을 찾아낸다. 꽃잎이 다섯 개, 딱 별 모양이다.

보라 제비꽃은 제법 많이 피었다.

드디어 진분홍 진달래꽃이 활짝 핀 곳이 있다. 꽃 찾는 재미로 구름산 산행이 더 즐겁다.


진달래꽃밭에서 놀다가 길을 걷는데, 초록나무가 눈에 확 띈다. 이제 곧 온산이 푸르러질 텐데, 조금 빨리 온몸에 초록물을 들인 나무가 너무 싱그러워서 그 앞에서 사진을 담는다.


걷기 좋은 광명누리길 발걸음이 가볍다. 오름구간도 거뜬하다. 구름산 정상을 못 올라보아서 다음번에 올 때는 꼭 오르자고 오트밀님이 이야기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산에 왔으면 정상은 밟아보아야 한다.


광명동굴에 도착한다. 나는 광명동굴도 못 가 보아서 조만간 혼산을 한번 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구름산 정상도 찍고 광명동굴도 가보고 말이다.


광명동굴은 폐광을 이용해서 만든 멋진 관광지란다. 이야기만 들어보았다. 유명한 곳인데 너무 가까우니까 안 가는 것이다.


광명동굴 매표소를 지나니 개나리를 닮은 영춘홍 꽃이 만발하였다.


오늘 꽃을 몇 가지를 본 것인가? 야생화 탐사는 제대로 했다.


뒤풀이는 소하동 <강촌 숯불닭갈비 식당>에서 닭갈비로, 2차는 <로쉬치킨> 집에서 두부김치와 생맥주(나는 사이다)로 한다. 서우님과 오트밀님이 개인 사정으로 먼저 갔기에 조금 더 단출한 뒤풀이다. 나는 밥을 꼭 먹어야 해서 밥까지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부르다.


리딩해주신 인테리어 대장님과 함산 한 서우님과 오트밀님, 그리고, 뒤풀이 전문이라 일부러 나오셔서 섬겨 주신 발자취님과 고대길님에게 감사하다.


※ 수도산 :  다음수도권산악회

백매화, 현호색, 제비꽃
Y자형 구름다리에서
도덕산 정상 도덕정에서 단체사진
돌 조각 작품에서
무덤 아래 아늑한 밥터에서 점심식사
별꽃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영춘화
초록나무에서
광명 도덕산+구름산+가학산 산행
광명 도덕산+구름산+가학산 산행 기록 : 총 11km, 5시간 소요(휴식, 점심 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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