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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 디아스포라(※)

영화 《지구별 방랑자》

by 서순오

《지구별 방랑자》는 늘샘 감독이 2년 동안 40여 개 나라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여행은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남미에서 유럽으로 아프리카로 펼쳐진다.


화자가 질문하고 답을 들으면서 화면이 전개된다.

"행복한가요?"

"꿈이 뭔가요?"


화자가 물어보는 질문은 대체로 비슷하다. 아마도 언어적 한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는 나라도 처한 형편도 다르지만 지금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


꿈은 저마다 다르다. 가족과 하는 일이 잘 되는 것, 세계를 여행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등이다.


맑은 호수와 설산 등 아름다운 자연도 나오지만 그보다는 지구별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2021년 제9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 참여한 작품이다. 길거리 장사꾼, 택시 운전사, 난민, 원주민, 여행가, 어린 학생들, 디아스포라인 그들은 인종과 종교와 환경이 달라도 개인과 지구별의 행복과 평화를 바란다.


무엇보다 홀로 여행하는 화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디아스포라임을 말해준다. 주로 길거리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빵으로 식사를 하는 여행가, 귀중품과 돈을 다 털리기도 하고, 비자를 받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고,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기도 한다.


화자 지구별 방랑자는 여행을 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여행에서 그동안 번 천 여 만원을 다 써버렸기에 다시 빈털터리가 된다. 또 돈을 벌어서 지구별 다른 곳을 더 여행하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서로 다른 지구별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클로즈업된다. 그 가운데는 내 얼굴도 삽입된다. 우리는 모두 다 디아스포라이다.


화자가 내게 묻는다.

"행복한가요?"

"꿈이 뭔가요?"


디아스포라인 나는 대답한다.

지금 이대로 행복하다고,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지구별 디아스포라들을 만나기 위해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고.


디아스포라(Diaspora):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다음백과)

영화 《지구별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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