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자기가 낳은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갈까? 다 저마다 사연과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참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게 모성애라고 하는데 많은 영화와 문학작품에서 집을 나간 엄마는 아주 흔한 소재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엄마의 가출은 더 많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에서도 집 나간 엄마가 문제이다. 마사오는 엄마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여름방학이라 친구들은 가족과 함께 바닷가로 시골로 놀러 가는데 마사오는 함께 갈 사람도 갈 곳도 없다.
그러나 마사오는 엄마가 있는 곳 주소를 알게 되면서 일기장과 방학책을 가방에 넣고 엄마를 찾아가기로 한다. 이를 본 옆집 아줌마는 남편 기쿠지로에게 마사오와 함께 가주라고 한다. 52살 아저씨와 9살 남자아이 마사오의 여름방학 미션 엄마 찾기 동행이 시작된다.
기쿠지로는 몸에 문신이 가득한데, 그걸 보면 전직 야쿠자 출신임을 알 수 있다. 마사오에게 히치 하이킹을 시키고 본인도 여러 가지로 꾸며 가며 차를 얻어 타고 마사오의 엄마 주소가 있는 곳을 찾아간다. 어렵사리 도착한 엄마의 주소지에는 엄마 같은 여자가 남편과 마사오만 한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멀리서 지켜보며 힘이 쭉 빠진 마사오,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며 울고 있다. 기쿠지로는 그곳까지 오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마사오를 즐겁게 해 주기로 한다. 정글놀이도 하고 바닷가 놀이도 하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마사오는 아저씨들과 놀면서 그림일기를 적는다. 그 순간부터는 엄마를 잊고 놀이에 빠져든다. 어른과 어린이가 어우러진 기상천외한 여름방학이다.
그런데 기쿠지로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쿠지로도 어렸을 적에 엄마가 자기를 놔두고 집을 나가서 시집을 가버린 것이다. 아마도 그 아픔 때문에 마사오를 더욱 극진히 돌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마사오는 여름방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부쩍 성숙한다. 이제는 엄마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아이 하나가 성장하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마사오가 성장하는 데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같은 아픔을 지닌 기쿠지로는 그중 한 사람이다. 물론 일을 하느라 바쁘지만 할머니 또한 마사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내게도 중1 사춘기 시절에 엄마의 가출 경험이 있어서, 1년 만에 엄마를 찾긴 했지만, 더 많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 영화이다. 마사오가 엄마 집을 찾았지만, 울면서 돌아설 수밖에 없는 부분에서 나도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아리다.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엄마는 꼭 옆에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어렵다면 엄마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이 마을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어린이가 아름답고 예쁘고 멋지게 잘 자라기 위해서는 말이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