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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과 문화를 뛰어넘는 사랑

영화《빅 식(The Big Sick)》

by 서순오

주인공 쿠마일 난지아니의 실제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 《빅 식(The Big Sick)》은 여자친구 에밀리가 큰 병에 걸려 혼수상태를 헤맬 때 진짜 사랑이 찾아오는 걸 보여준다.


가족이 모두 미국에 살고있는 쿠마일은 코미디언인데, 파키스탄 문화에 따라 동족여인과 정략결혼을 해야 할 처지이다. 날마다 부모님이 소개하는 괜찮은 여자들이 우연히 들렀다면서 집으로 찾아와서 쿠마일과 선을 보지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쿠마일에게는 이미 사랑에 빠진 백인 여성 에밀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종과 문화를 저버리고 다른 종족과 결혼할 경우, 쿠마일은 가족과는 이별을 해야 한다. 파키스탄의 문화가 그렇기 때문이다.


쿠마일과밀리는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속도가 빠르다.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이 연거푸 나온다.


그런데 둘 다 결혼은 생각하지 않는다. 쿠마일은 파키스탄의 문화 때문이고, 에밀리는 인종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저 즐기는 사랑 같아 보인다. 둘은 이제 만나지 말자고 한다.


그런데 에밀리가 특이한 병에 걸려서 악성 감염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기 위해 일부러 혼수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에밀리는 14일 동안 깨어나지 못한다.


그 소식을 들은 쿠마일은 에밀리의 병실을 지키며 극진한 간호를 한다. 그러면서 에밀리의 부모님과도 만나게 된다.


밀리가 깨어나자 쿠마일은 사랑고백을 한다. 에밀리도 사랑고백을 한다.


사랑은 몇 단계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처음에는 육체적인 사랑을 하고 다음에는 정신적인 사랑이 찾아온다. 상대가 죽을병에 걸렸을 때 그 사랑은 극점에 다다른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

한때 유행하던 말이다. 그 사람이 내 곁에 없어봐야 그 사랑이 진짜인 줄 안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사랑,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는 사랑, 한계를 극복한 사랑, 그래서 진짜 사랑이다. 쉽게 사랑할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은 조건적 결합이지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쿠마일은 가까스로 살아난 에밀리와 파키스탄식으로 결혼을 한다. 사랑하기에 이슬람 문화에 동화된 사랑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쿠마일이 지금 살고 있는 미국에서 자유로운 결혼식을 하고 살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러면 가족들과 헤어져야 하니까 해피엔딩이 아닐 것이다.


영화 《빅 식(The Big Sick)》에서는 가족도 잃지 않고 사랑도 얻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해피엔딩이라서 안심이 되지만, 또 그래서 조금 안일한 결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인간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주제 사랑 이야기, 러브 스토리, 우리는 사랑을 얻기 위해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희생하는 예를 많은 예술과 문학작품에서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조금 극단적이지만 그런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감히 이의를 제기해 본다.

영화 《빅 식(The Big S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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