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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n 02. 2023

복 많은 사람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의 주인공 찬실이는 복이 은 걸까?


찬실이는 영화를 좋아해서 PD로 일한다. 그런데  감독이 갑작스럽게 죽으면서 일자리 잃고 백수가 된다. 나이 40에 집도 없고 결혼도 못한 노처녀인데 산동네로 이사를 한다. 돈 한 푼이 없어서 여배우 소피의 가사도우미를 하며 살아간다. 자칭 쫄딱 망했다고 한다. 먹고살아야 해서 좋아하는 영화 일을 못하고 아무 일이나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소피의 불어 과외 선생 영과 만나면서 짝사랑을 시작한다. 영화보다 더 좋은 일이 있나 찾는 중이다. 영은 35세 미혼이다. 찬실과 나이 이는 그리 많지 않아 사랑이 이루어질 법도 한데 영은 당차게 고백하는 찬실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누나'라고 부른다.


한편 찬실이 이사 간 집주인할머니는 을 잃고 혼자 살아간다. 까막눈이라 마을회관으로  글을 배우러 다닌다. 실이 할머니가 글 깨우치는 걸 도와준다.


"나이 들면 하고 싶은 게 없어. 지금을 잘 살아가지. 그렇지만 애써 하지."

나는 이 할머니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찬실이는 하고 싶은 게 영화였지만, 지금 영화의 길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찬실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찾는다. 영화를 하지 않고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본다.


주인 할머니 딸방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차  찬과 마음을 나누게 되자 그 방에 가도 된다고,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다 써도 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귀신 장국영이 속옷 차림으로 나타나 찬실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국영은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고 찬실이 눈에만 보인다. 아마도 찬실의 내면의 소리를 상징하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결국 찬실은 장국영과의 대화를 통해, 주인할머니  방에서 그 딸이 녹음해 놓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집시의 시간》에 관한 테이프를 만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


이제 찬실은 시나리오를 쓴다. 영과는 누나, 동생으로 친밀하게 지낸다. 예전에 영화를 함께 하던 감독 멤버들이 찬실을 찾아온다. 바야흐로 찬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영화 작가로 감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귀신 장국영은 이제 옷을 입고 나타나 운동도 같이 해주고 어두운 밤에 찬실의 뒤에서 플래시를 비춰주며 길을 환하게  밝혀준다.


찬실은 한 번 완전히 망해서 낙담하지만, 주변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많다. 여배우 소피, 이사 간 집주인 할머니, 그리고 좋아하는 영, 거기에다 귀신 장국영, 나중에는 첫 영화일을 함께 하던 멤버들까지 돌아와 찬실과 함께 해준다.


우리는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 한 일이 수포로 돌아갈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기도 한다. 그때 공감해 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가 있다. 찬실에게는 그런 사람이 옆에 많이 있다. 또 자신의 처한 상황을 그대로 얘기할 사람이 아주 가까이에 여러 사람 있다. 그래서 찬실이는 복도 많다. 공부복, 재물복, 건강복, 복 다양하지만, 인복이 제법 큰 복이 아닌가 싶다. 바로 인간관계의 복 말이다.


가장 힘들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면 분명 복 많은 사람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서 고마운 사람들을 하나 둘 손꼽아본다. 내가 힘들 때 어디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그런 사람 말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늘 함께 해주는 사람 말이다. 아려 보니 나도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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